그리스 적자감축 실패…디폴트 '운명의 열흘' 카운트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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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지원 결정' 국채만기 하루 前인 13일로 연기
긴축실사단, 시위대에 막혀 정부청사 접근도 못해
그리스의 운명을 결정할 열흘간의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다. 이달 14일까지 유럽연합(EU) 등의 구제금융 자금이 집행되지 않으면 '금고가 바닥난' 그리스는 만기가 돌아온 국채를 갚지 못하고 파산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그리스 정부는 구제금융 전제조건인 재정적자 감축 목표치를 달성하기 힘들다고 고백했다.
그리스 지원 여부를 결정할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회의는 최종 결정을 13일로 미루면서 일단 시간벌기에 나섰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앞으로 열흘가량이 유럽 재정위기가 최종 국면에 진입하는 것을 결정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열흘간 말미 마련한 유로존
로이터통신은 2일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집행 여부를 결정할 유로존 재무장관회의가 최종 결정을 13일로 미뤘다"고 보도했다. 당초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3일 룩셈부르크에서 재무장관회의를 갖고 그리스에 대한 6차 구제금융(80억유로) 집행을 결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EU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그리스의 재정긴축 현황을 살피기 위해 아테네에 파견한 실사단이 시위대의 반대로 주요 정부청사에 접근하지 못하면서 실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그리스 지원 여부를 결정할 '마지노선'인 13일까지 결정을 미뤘다. 14일은 20억유로 규모 그리스 국채와 71억5000만유로 이탈리아 국채 만기가 돌아오는 날이어서 '운명의 날'로 불린다. 대규모 국채 만기일 바로 전날까지 지원 여부 결정을 미룬 것이다.
이와 함께 유럽 각국은 릴레이 회의를 열기로 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3~4일 룩셈부르크에서 열리는 유로존 · EU 재무장관회의에서 유럽기금 확충 방안 등을 논의한 후 6일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에선 금융권의 장기 자금조달 수단인 커버드본드 매입 재개 여부를 검토키로 했다.
다음주부터는 유로존 긴급 재무장관회의(13일)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14~15일),EU 정상회의(17~18일)가 잇따라 열린다. 유럽 기금 확충의 마지막 관문인 11일 슬로바키아 의회 표결도 주목받는 일정이다. ◆적자 감축 목표 달성에 실패한 그리스
상황이 급박한 가운데 그리스는 "긴축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는 폭탄선언으로 시장의 불안을 키웠다. BBC방송은 2일 "그리스 정부가 EU와 IMF 등이 구제금융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2011년과 2012년 재정적자 감축 목표치를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재무부는 성명을 통해 "올해 재정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8.5%에 달할 것으로 보여 목표치인 7.6%를 크게 웃돌 전망"이라며 "내년도 재정적자도 GDP 대비 6.8%로 추산돼 목표치 6.5%를 넘어설 것 같다"고 발표했다. 그리스 정부는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부랴부랴 올해 안에 공무원 2만8000명을 강제휴직시키는 등의 추가 긴축안을 마련했지만 시장의 신뢰를 되살리진 못하고 있다. 그리스를 둘러싼 대외적 환경도 악화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그동안 재정위기 대응의 총대를 멨던 ECB가 조만간 수장이 교체될 예정이어서 리더십 공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독일 경제일간 한델스블라트는 "독일 집권연정 내에서도 유로존에서 그리스를 퇴출하자는 주장이 공개적으로 표출됐다"고 전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