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악동' 래리 앨리슨 오라클 회장 "데이터 처리 100배로"…IBM에 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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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HW 통합기업이 성공…오라클도 애플처럼 될 것"이제 생각의 속도로 데이터를 분석한다. "
마이크로소프트,IBM과 함께 글로벌 3대 소프트웨어 업체로 불리는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회장(66 · 사진)이 데이터 관리 능력을 100배로 끌어올린 새로운 솔루션을 공개했다. 그는 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소프트웨어 개발자 콘퍼런스 '오라클 오픈월드 2011' 기조 연설에서 "기업 경영의 핵심인 데이터 분석이 여러분의 타이핑 속도보다 빨라졌다"며 "이제 생각의 속도로 데이터 분석을 하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매년 10월 열리는 오라클 오픈월드는 소프트웨어 시장 전망과 신기술 등을 발표하는 자리다. 2일부터 7일까지 계속되며 전 세계에서 4만5000명의 개발자 및 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한다. ◆"압축-속도,모두 10배로"
"래리 엘리슨!" 사회자가 이름을 호명하자 갈색 머리에 당당한 체구의 사나이가 성큼성큼 무대 위로 올라섰다. 5000여명의 참석자들은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치면서 열렬하게 환영했다. "기업 CEO가 아니라 록 스타" "스티브 잡스 못지 않은 스타 CEO"란 말이 실감가는 순간이었다.
엘리슨 회장은 이날 1시간 남짓한 기조연설에서 '속도'와 '통합 서비스'를 강조했다. 그는 "여러분들이 기록하는 순간 바로 데이터 분석과 함께 압축-전송까지 서버 단위에서 이미 끝난다"며 "이것이 가능한 것은 오라클만이 패럴랠(Parallel · 소프트웨어 미들웨어 하드웨어의 유기적 연결)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라클의 새로운 데이터분석 솔루션 '엑사리틱스(Exalytics)'를 공개했다. 그는 "기존 시스템에 비해 10배 압축된 데이터를 10배나 빨리 전송함으로써 결국 100배 많은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통합"
엘리슨 회장은 이날 오라클이 애플처럼 강력한 기업으로 커나갈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세계는 이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통합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기업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애플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고 오라클도 그 뒤를 이을 것입니다. " 이 같은 발언에는 2009년 소프트웨어 업체인 오라클이 하드웨어 업체인 썬마이크로시스템을 인수했다는 것을 다시 부각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엘리슨 회장이 2002년까지 애플 이사회 등기 임원을 지낼 정도로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와 친하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밸리의 악동'이라고 불릴 정도로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엘리슨 회장은 이날도 경쟁사인 IBM을 사정없이 깎아내렸다. 그는 "데이터베이스(DB)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미들웨어를 다 갖고 있는 오라클에 비해 DB가 약한 IBM은 한계가 있다"며 "우리의 서비스는 IBM보다 두 배 이상 빠르면서도 가격은 4분의 1밖에 안 된다"고 강조했다.
1977년 '신의 뜻'이라는 뜻을 가진 오라클을 창업한 엘리슨 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 자산규모 400억달러로 세계 여섯 번째 부자에 올라있다. 2000년 예일대 졸업식에 연사로 참석,"시카고 대학을 중퇴한 나를 비롯해 스티브 잡스,빌 게이츠,마이클 델 등 세계적인 부자들은 모두 대학 중퇴자"라며 "졸업장이 여러분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독설을 퍼부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대학에서 너무 많이 배워 머리가 굳은 여러분은 결국 실패자가 될 것이기 때문에 당장 짐을 싸서 학교를 나오라"고 말했다가 결국 연단에서 끌려 나왔다.
샌프란시스코(미국)=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