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서울시의 '교통요금 꼼수'
입력
수정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금요일이었던 지난달 30일 오후 2시2분,기자의 휴대폰에 서울시청 대변인실에서 보낸 한 통의 문자가 도착했다. '서울시 대중교통요금 200원 인상 추진' 관련자료가 웹하드에 올라있으니 참고하라는 내용이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내놓는 보도자료는 대개 1주일 전에 배포일시를 공지한다. 급한 사안이라도 최소한 하루 전쯤엔 각 언론사에 통보하게 마련이다. 관련 내용을 충분히 파악해 보도 준비를 할 수 있게끔 돕기 위한 일종의 '행정 서비스'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날 어떤 통보도 없이 "내년 상반기까지 버스 · 지하철 요금을 200원 인상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브리핑도,설명회도 없이 문자 한 통을 보낸 뒤 9쪽짜리 보도자료만 던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기도가 공공요금 인상을 결정하기 때문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갑작스럽게 발표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서울시가 10월 초에 대중교통요금 인상계획을 발표할 것이란 점은 언론도 예상했다. 문제는 기습발표였다. 왜 개천절 연휴 전 금요일 오후에 요금인상을 발표했을까. 시민들의 원성을 조금이라도 잠재우고자 보도일을 휴일에 맞춘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하다. 대중교통요금 인상과 관련한 서울시의 기습발표는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지난해 8월 서울시는 공식 브리핑 자리에서 "연내에 지하철 요금을 100~200원 올리겠다"고 전격 발표했다가 불과 5시간 뒤 "인상 방침이 없다"고 번복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물론 요금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지하철 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의 지난해 적자는 2007년에 비해 24%,버스회사 적자 규모는 2007년 대비 86% 증가해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요금을 오래 동결한 것도 큰 원인이다. 서울시는 이날 "지하철 요금은 400원 정도의 인상이 필요하지만,시민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200원만 인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버스회사 · 지하철에 대한 구조조정은 거의 없었다.
요금 인상이 불가피했다면 서울시는 버스 · 지하철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 방안도 함께 내놓고,언론 발표에서도 당당하게 정공법을 택하는 게 나은 자세다. 우선 비난을 모면하려 연휴 전날 요금 인상을 기습 발표한 것은 아무래도 꼼수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