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과 경제 위기는 별개…"한국은 끝까지 버틸 수 있는 나라"

위기 극복 가능한가

1년간 달러 공급 끊겨도 '디폴트' 걱정 없어
은행, 외화 적극 조달…단기차입은 433억弗↓

"모른다. 하지만 한국은 적어도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가장 끝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

미국의 더블딥(짧은 경기회복 후 재침체)과 유럽발 재정위기의 파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의 대답이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수습될 것인지 아니면 파국으로 치달을 것인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준비를 끝냈다는 설명이다. ◆외환보유액,GDP의 30%

투자자들이 느끼는 경제위기의 기준은 '주가 폭락'이나 '환율 급등'과 같은 가격지표들의 급변동이지만 정부가 생각하는 위기는 '대외 채무 불이행(디폴트)'이다.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 매수세가 유입되고 환율이 폭등하면 수출경쟁력이 생겨 경상수지가 개선되는 등 '가격의 시장조절 기능'이 발휘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큰 문제가 없지만,디폴트가 나면 원자재와 자본재 소비재 수입이 막혀 경제가 파탄난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8월 말 3122억달러였다. 급격한 환율 변동으로 외환보유액이 지난달 다소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3000억달러 이상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주변에서는 보고 있다. 외환보유액 3000억달러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1172조원의 30%에 해당하는 규모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나타났던 2008년 9월 말 2397억달러에 비해 725억달러(30.2%) 많다. 올 들어서도 경상수지 흑자로 외환보유액이 늘었다. 향후 1년간 달러 공급이 끊기더라도 대외 지급과 국내 생산을 위한 원자재 수입에 문제가 없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외채 구조도 개선

글로벌 경제위기가 다시 덮치더라도 외국 자본이 단기간에 빠져나갈 가능성은 예전에 비해 작아졌다. 외채 구조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해 개선됐기 때문이다. 만기 1년 미만인 단기 외채 규모는 2008년 9월 1896억달러에서 올해 6월 말 1497억달러로 399억달러 줄었다. 전체 외채에서 차지하는 단기 외채 비중도 2008년 9월 말 51.9%에서 올해 6월 말 37.6%로 대폭 낮아졌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 외채 비중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일시에 외채 상환 요구가 들어오더라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들도 최근 달러 조달에 적극 나서면서 국제적인 신용경색에 대비하고 있다. 은행들이 해외에서 빌린 외화 차입금 중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 외채는 1594억달러(2008년 9월 말)에서 1161억달러(올해 6월 말)로 433억달러 감소했다.

◆자금 유출 경로도 차단2008년 당시 외화자금의 유출 경로로 지목된 외국계 은행 지점에 대한 관리도 강화됐다. 2008년 9~12월 중 유출된 696억달러 가운데 절반이 넘는 53%(257억달러)가 외은 지점을 통해 빠져나갔다. 당시 외은 지점은 국제 금리 차이를 이용한 재정거래를 목적으로 외화를 단기 차입한 뒤 국내 채권에 투자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고조되자 급격한 자금 회수에 나서 환율 급등의 주범이 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외은 지점을 통한 단기 차입 자금 유입이 감소해 위험도가 크게 줄었다. 선물환 규제 등 외환건전성 조치가 도입된 결과다. 외은 지점의 단기 외채 규모는 2008년 9월 말 939억달러에서 올해 6월 말 641억달러로,전체 단기 외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9.5%에서 42.8%로 각각 감소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