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이미 유럽기업 '쓸어담기'

아울렛社 상하이 폭스타운, 프라다 지분 13% 확보
두고 볼 수만 없는 伊, 방어장치 법안 마련
지난달 이탈리아 언론은 중국 최대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의 사장 로우 지웨이가 이탈리아를 긴급 방문,정부 고위층과 만난 사실을 앞다퉈 보도했다. 중국은 이탈리아 정부가 발행한 국채의 4%를 보유한 전략적 파트너로 이번 방문으로 국채 보유율을 10%까지 확대할 것이란 설(說)이 파다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뚜껑을 열어 본 결과 CIC는 실효성없는 국채 매입보다는 이탈리아 주요 인프라와 전략 기업 인수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유럽 기업 사냥은 10여년 전부터 구체화됐다. 하이얼은 2001년에 연매출 6300만달러짜리 빌트인 가전 전문업체인 이탈리아 '메네게티'를 800만달러에 인수했다. 가전 부문에서 중국기업 최초의 해외 M&A였다. 2005년엔 중국 최대 모터사이클 제조업체인 첸장그룹이 이탈리아의 대표 모터사이클 기업인 '베넬리'를 사들였다.

명품 브랜드 쇼핑에도 한창이다. 중국의 소매 유통업체인 리&펑그룹은 고급 남성 정장과 '1881'이란 향수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세루티를 올초 인수했다.

최근엔 명품아울렛 업체인 상하이 폭스타운이 프라다를 인수하기 위해 지분 13%를 확보했으며,추가 매집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 중국 현지 언론에 여러 차례 보도됐다. 이 같은 중국의 행보는 이탈리아가 유럽 재정 위기로 곤란을 겪으면서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CIC 등은 이탈리아의 에너지,사회기반시설,금융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광,풍력 등 차세대 에너지 분야 전문 기업을 비롯해 석유 공기업인 ENI,전력 공기업 ENEL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게 이탈리아 언론의 보도다.

이탈리아 사회기반시설에도 대규모 중국 자금이 흘러 들어갈 전망이다. 북부 말펜사공항,북 아드리아해 물류 기지,고속철 및 유럽 연결 고속도로 운영권,나폴리항 개발 사업 등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한편 이탈리아 정부는 해외 기업들이 자국 기업을 인수하는 사례가 빈번해지자 방어 장치를 도입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125년 전통의 보석 브랜드인 '불가리'가 프랑스의 LVMH그룹에 인수된 사건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명품 등 이탈리아의 전략적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을 주자는 것으로 올 3월 정부 국무회의에서 승인돼 현재 국회 의결을 앞두고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