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etter life]자녀 '경영수업 프로그램' 사전준비 필요…10년 단위로 증여 계획 세우면 절세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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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승계 전략
中企 65% "가업 승계 의사있다"
경험과 준비없으면 정상 승계안돼
경영자 사망땐 가업상속공제 활용
내년부터 500억까지 공제액 확대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400m 남자계주 결승. 우사인 볼트를 포함한 자메이카팀은 세계신기록 37.04초를 세우며 대회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하지만 자메이카의 경쟁자로 거론되던 미국은 마지막 바통터치에서 주자가 넘어지면서 끝내 결승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을 준비한 세계무대였지만 찰나의 실수로 결국 미국은 꿈을 접어야만 했다.
육상대회에서 미국 계주팀의 사례는 수십 년을 피땀 흘려 이룩해온 중소기업의 승계를 준비하는 경영자에게는 가슴에 새길 만한 교훈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정서상 단순히 소유권이 아닌 사업체의 경영권과 소유권을 모두 넘기기 위해서는 마지막까지 후계자와 호흡을 맞춰 철저히 준비해야만 가업승계가 완벽하게 이뤄질 수 있다. 그렇다면 효율적인 가업승계 방안은 무엇일까?◆후계자 양성 프로그램 마련
가업승계란 회사의 동질성을 유지하면서 상속이나 증여 등의 방법을 통해 기업을 후계자에게 물려주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가업승계는 회사의 지분과 경영권을 승계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대기업의 경우 가업승계를 위해 대부분 자체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하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가업승계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68.5%가 승계할 의향이 있고 대부분 자녀에게 승계할(57%) 것으로 계획하고 있지만 63%는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원활한 가업승계를 위해서는 후계자에게 사업 노하우를 전수하고 상호 소통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1세대 경영자들의 모임이 있다면 후계자를 동반하고 협력업체와의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또 거래업체들의 후계자 모임을 만들고 지원한다면 승계 이후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해 공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후계자는 제대로 된 경영철학과 기업가 정신을 갖출 수 있다. 경험과 준비 없이 승계가 갑작스럽게 이뤄지면 후계자가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정상적인 승계를 기대하기는 힘들다.◆상속·증여세 중심의 종합재무설계
가업승계를 위한 재무적 관점에서의 핵심 포인트는 상속세와 증여세다. 가업승계에 대한 세금은 주식 이전에 따른 세금이므로 주식에 대한 평가와 가업승계를 위한 세법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속 및 증여세법 상에는 재산평가를 상속 및 증여 당시의 시가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처럼 비상장기업이라면 보충적인 평가방법을 통해 평가한다. 비상장주식의 총 가치는 1주당 평가액에 보유 주식 수를 곱해서 산정하는데 1주당 평가액은 일반법인의 경우 1주당 순손익가치와 1주당 순자산가치를 3 대 2로 가중평균해서 산정한다. 순손익가치는 직전 3개 사업연도의 과세소득을 기준으로 산정하고 순자산가치는 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해 계산한다. 기업은 배당정책, 유형자산의 감가상각, 대손상각 등을 통해 법이 정한 테두리 내에서 상속과 증여 관련 세금을 절세할 수 있다.
◆조기 증여 및 재산분할 사전 증여 검토세법에서는 중소기업 경영자의 고령화에 따라 생전에 자녀에게 계획적으로 사전 상속할 수 있도록 혜택을 주고 있다. 가업을 10년 이상 운영한 60세 이상 부모가 18세 이상의 자녀(거주자)에게 가업을 물려주기 위해 주식 등을 증여하면 30억원 한도 내에서 5억원을 공제한 후 10%의 세율을 적용한다. 증여자 사망시 상속세를 정산할 때 자녀는 증여세 신고기한까지 가업에 종사하고 5년 이내 대표이사에 취임해야 한다.
중소기업 경영자가 이렇게 자녀에게 조기에 가업을 물려주려면 후계자인 자녀에 대한 경영수업 프로그램이 사전에 준비돼야 하고 경영자 본인의 은퇴설계 또한 다양한 금융상품을 통해 미리 준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또한 상속·증여세는 해당 재산이 많을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누진세율(10~50%) 체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재산을 분할해 증여하면 유리하다. 현행 세법에서는 상속이나 증여일 전 10년 이내의 상속과 증여 재산은 가산하도록 돼 있다. 예를 들어 9년 전에 100만원을 증여하고 이번에 100만원을 또 증여했다면 모두 200만원을 증여한 것으로 보지만 10년 전에 100만원을 증여하고 이번에 100만원을 증여했다면 100만원만 증여한 것으로 계산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10년 단위로 자녀에게 증여하도록 계획하면 절세가 가능하다. 상속세는 보통 부동산과 주식처럼 바로 현금화하기가 쉽지 않은 재산 상태에서 일시에 매겨진다. 임대사업자 가운데는 상속세를 내기 위해 월세를 전세로 돌리고 자금을 마련하는 사례도 있다. 이에 따라 상속자들의 재원 마련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통상 5년에 걸쳐서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후 가업승계는 가업상속공제도 이용
만약 경영자의 사망으로 가업이 승계되면 현행 세법상 지원제도로는 가업상속공제제도가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의 개정안에 따르면 가업영위 기간이 20년이 넘는 경우 기존 최고 가업상속재산 가액의 40%(최대 100억원)까지 가능한 공제액이 내년부터는 가업상속 재산가액의 100%(500억원)까지 확대된다. 가업상속 재산이 300억원일 때 올해까지는 가업상속공제를 100억원, 일괄공제 5억원을 차감해 자진납부 세액이 83억6000만원(신고세액 공제 10%)이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가업상속 공제액의 확대로 상속세를 납부하지 않게 된다.
다만 이렇게 혜택이 큰 만큼 까다로운 조건을 반드시 충족해야 한다.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계속 경영한 기업으로 그 기간 중 60% 이상을 대표이사로 재직하거나 상속개시일부터 소급해 10년 가운데 8년 이상의 기간을 대표이사로 재직했어야 한다. 상속인도 상속개시일 현재 18세 이상으로 상속개시일 2년 전부터 직접 가업에 종사해야 하고 가업 전부를 상속받아 상속세 신고기한부터 2년 이내에 대표이사로 취임해야 한다.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충족하기 힘든 경우라면 거액의 상속세가 부과될 수 있으므로 종신보험 등과 같은 금융상품으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세대를 이어가는 장수기업 꿈꾸자일본에는 주식회사 곤고구미라는 건축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1433년 전인 578년에 창업된 회사다. 이처럼 일본에는 장수기업이 많다. 창업 이후 200년이 지난 기업이 3100여개. 그 중 1000년을 넘긴 기업은 19개에 이른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기업이 2개에 불과하다고 한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경영자들도 철저하고 현명한 준비로 1000년의 기업을 꿈꿔보자.
최웅철 대한생명 세무사(CFP) tyson0506@korealif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