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환율, 15개월여 만에 1200원 돌파…엔·원 40원 급등

환율이 1200원선을 넘어서 추가 상승하고 있다. 환율이 장중 1200원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7월 23일(장중 고점 1201원) 이후 처음이다.

4일 오전 10시 31분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6.4원 급등한 1204.5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환율은 그리스의 재정적자 감축 등이 당초 예상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나타난 불안감에 강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그리스 내각은 올해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8.5%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그리스 정부의 목표치(7.6%)를 넘는 수준이다.

전 거래일보다 21.9원 상승한 1200원에 장을 시작한 환율은 1195원까지 저점을 낮췄다가 1200원 부근에서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장중 코스피지수와 유로화가 추가 하락하자 다시 오름세를 나타내며 1208.2원까지 솟구쳤다.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치솟으면서 엔·원 재정환율도 금유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같은 시각 엔·원 환율은 100엔당 1571.21원을 기록, 전 거래일보다 42.13원(2.76%) 급등했다. 이는 지난 2009년 3월 10일 장중 고점인 1576.25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만 국내 증시와 유로화가 낙폭을 조금씩 만회하면서 환율 급등세도 다소 잦아든 모습이다. 오후에는 당국의 개입성 움직임의 강도가 중요한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변지영 우리선물 외환연구원은 "달러 매수 심리가 상당히 우세한 가운데 외환 당국의 개입에 대한 경계감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1200원 위에서는 추격 매수세가 강해지기보다 개입성 움직임을 확인하는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이달 중순까지는 환율의 급등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유익선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1200원 상향 진입 시도 자체는 그리스 진행 상황에 따라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문제는 1200원대가 깨지고 나면 지난 리먼 사태처럼 1500원대로 직행하는 게 아니냐는 시장의 공포심리를 해소시켜줄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고 판단했다.

유 이코노미스트는 "단순히 당국의 방어 의지만으로 지금의 상승세를 꺾기는 힘들 것"이라며 "환율은 이달 중순까지 상황을 보면서 그리스가 갑작스러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긴 이후에나 하향안정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93.43(5.31%) 급락한 1676.22을 기록하고 있으며, 외국인 투자자는 1500억원가량의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다.

같은 시각 국제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1.32달러대 지지력을 확인하며 1.3205달러에, 엔·달러 환율은 76.72엔에 거래되고 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