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정리로 시작한 혁신…"해외납품 길 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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共生 현장 리포트…대·중기 함께 뛴다 (3·끝) 포스코 협력사 한성중공업
포스코 'QSS 프로그램' 도입…생산성 향상·원가 절감 '톡톡'
"죽어가던 회사 다시 살아나" 하루 10개社가 혁신 벤치마킹
지난달 30일 포항시 연일읍 오천리 중소기업단지 내 한성중공업.
얼굴이 내비칠 만큼 먼지하나 없는 공장 바닥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대형 제철 설비를 제작하는 회사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소음도 거의 나지 않았다. 영업혁신팀 오용우 차장은 "2년 전만 해도 공장 안은 온통 기름때와 공구들로 뒤범벅이 돼 있었다"며 "공구 하나 찾는데 최소 10분 이상 걸렸다고 하면 당시 상황을 알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회사가 지금은 포스코의 QSS(Quick Six Sigma)활동 최우수 기업으로 뽑혀 중소기업 혁신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하루 평균 10여개 이상의 중소 협력사들이 벤치마킹을 위해 이곳을 찾는다.
◆"위기 돌파구를 해외에서 찾아라"
한성중공업은 1989년 설립 후 중소업체로는 드물게 통크레인,코일 리프트,급속냉각설비 등 제철 핵심설비 제작 기술을 갖춘 덕에 포스코와 현대중공업,동국제강,신일본제철 등에 제품을 공급하며 안정된 성장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기술력만 믿고 경영환경 급변에 소홀히 대응하다 포스코 우수협력사(PCP) 지위 상실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권오을 사장은 "포스코와 거래한다는 자체가 보증수표였는데,이것을 박탈당했으니 그 충격은 이루 말할수 없이 컸다"고 회상했다.
권 사장은 그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운영하는 중소기업 경영자문봉사단의 문을 두들겼고 "해외판로 개척이 급선무"라는 조언을 들었다. 연합철강 대표이사 출신의 당시 김성덕 경영자문봉사단 위원장은 "기술력이 뛰어난 데도 국내 대기업 의존도가 너무 높아 성장이 정체된 게 1차적인 문제로 봤다"고 전했다.
한성중공업은 이후 포스코 해외지사의 도움을 받아 동남아 지역을 전략적으로 공략했고 대만 포모사그룹이 베트남에 건설한 제철소에 제품을 납품할 기회를 얻으면서 회생의 기회를 잡았다. ◆포스코의 전폭적 혁신활동 지원
한번 찾아온 기회는 또다른 기회를 불렀다. 2009년 9월 포스코는 동반성장 프로그램인 QSS 혁신활동 지원 대상에 한성중공업을 포함시켰다.
QSS 프로그램 도입 후 이 회사에 떨어진 최우선적인 과제는 직원들의 무사안일한 정신 개조였다. 하지만 20여년 동안 현실에 안주했던 직원들의 의식을 바꾸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권 사장은 자신부터 바꾸기로 결심했다. 사무실 대신 작업장으로 출근해 바닥 곳곳에 널려있는 공구부터 정리해갔다. 권 사장을 먼 발치서 바라보던 직원들도 하나둘씩 공장 청소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권 사장은 차제에 공장 중간에 공구실을 만들고 작업이 끝난 공구는 반드시 이곳에 담도록 하면서 근무환경이 몰라보게 변했고 직원들의 자세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포스코 지원단도 수시로 회사를 찾아와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 등에 대한 혁신 아이디어를 제공하며 힘을 보탰다.
◆목표는 글로벌 제철설비기업 도약
한성중공업은 QSS 프로그램을 도입한 지 1년 반 만에 3억원의 원가절감과 생산성 효과를 거뒀다. 연간 1억원이 넘었던 제품 애프터서비스 비용은 5000만원 이하로 줄었고 연간 10여건씩 발생하던 산업재해도 사라졌다. 이 회사는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열린 포스코 동반성장 페스티벌에서 QSS활동 최우수상을 받았고 포스코 PCP 인증도 다시 복원됐다. 권 사장은 "포스코와 전경련 경영자문단의 지원 덕에 죽어가는 회사를 살렸다"며 "위기에서 벗어났으니 결실을 2~4차 협력사들과 나누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성중공업은 곧바로 2차 협력사 지원에 나서 아스텍과 탬코 등 2개 협력사가 올초 '포스코 혁신명가' 인증을 받도록 도왔다. 권 사장은 "내년부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에 보다 공격적으로 진출해 매출 1000억원대의 글로벌 제철설비 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라고 다짐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