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모시기…'입학성공 장학금' 200만원 제시

부실大 구조조정 맞물려 학생유치 경쟁 '후끈'
교사에 기숙사 제공·세미나 지원 등 '공들이기'
서울 A구 진학지도교사 모임 소속 교사 150명은 지난 5월 제주도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의 개선 방안'에 관한 세미나를 열었다. 특급호텔을 빌려 1박2일간 진행된 이 행사의 비용은 모두 서울 지역 B여대가 부담했다.

경기 분당의 C고등학교 3학년 담임인 D교사는 올여름 휴가를 강원도 속초로 다녀왔다. 숙박은 이 지역 E대학 기숙사에서 해결했다. E대학을 비롯한 속초 · 강릉지역 일부 대학들은 여름방학 동안 비는 기숙사를 전국 고3 담임과 진학지도 교사들에게 공짜로 빌려줬다. 정부의 부실대학 구조조정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대학들의 신입생 유치전도 뜨거워지고 있다.

신입생을 제대로 뽑지 못해 재학생 충원율이 떨어지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서다. 재학생 충원율은 부실대 판정 지표 가운데 비중 40%를 차지하는 핵심 요소다. 수도권에 비해 인기가 떨어지는 지역대학들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수도권 대학들에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게 입시 현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B여대가 비용을 댄 제주도 세미나의 취지는 입학사정관제의 보완점을 논의하고 학생들을 위한 전형 대비법을 공유하자는 것.하지만 행사에 참석한 교사들이 받은 인상은 달랐다. 한 교사는 "학생 수 감소와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위기를 느낀 탓인지 대학들이 비슷한 행사를 잇따라 열고 있다"고 전했다. 일선 진학지도 교사들도 '대학들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신종찬 휘문고 교사는 "지방 국립대는 물론 수도권 대학들까지 학교를 찾아와 입시설명회를 열게 해달라는 요청을 한다"며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지역대학들의 사정은 급하다. 김해남 문일고(서울 시흥동) 교사는 "최근 '등록금 절반을 사비로 대줄 테니 학생을 한 명만 보내달라'고 하는 지역대 교수도 있었다"며 "학생 한두 명 더 유치하는 게 교수들의 실적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여느 때보다 절박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한 지역대 관계자는 "가뜩이나 정원을 채우기 힘든 지방대는 물량 공세라도 벌여 신입생 유치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재정 지원 및 학자금 대출 제한 등으로 구조조정 대상이 된 일부 대학들은 파격적인 장학 대책을 내놓기도 한다. 경남 진주의 한국국제대는 2012학년도 등록금을 올해와 같은 학기당 290만~370만원 선으로 동결하기로 했다.

신입생들에게 '입학성공 장학금'으로 연간 200만원씩을 지원하기로 했다. 연간 등록금이 600만~700만원 선인 점을 감안하면 30% 이상 깎아주는 셈이다. 경기 김포대는 1664명의 신입생 중 41.7%에 장학금 혜택을 주기로 했다.

등록률을 높이기 위해 스스로 입학정원을 줄이는 곳도 있다. 원광대(전북 익산)는 2012학년도 신입생 입학정원을 10% 줄이기로 했다. 전북 김제의 사립전문대 벽성대는 신입생 정원을 830명에서 600명 선으로 감축할 예정이다.강현우/이건호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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