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 급한 오바마…'FTA 드라이브' 승부수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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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장 EU에 뺏기지 않겠다" 윈-윈 카드미국 백악관과 의회가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서두르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미국 내 고용 창출이 시급한 데다 미리 FTA를 체결한 유럽연합(EU)에 한국시장을 더 이상 선점당하지 않으려는 포석이다. 올해를 넘기면 비준이 무한정 표류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하원 의장 "FTA법안 최우선" 내주 처리 가능성
◆일자리 창출이 여야 공감대미국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8000억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대 경기부양 자금을 퍼부었다. 중앙은행(Fed)은 2조3000억달러에 이르는 달러를 풀었다. 그러나 실업률은 9.1%로 고공행진 중이다. 금융위기 이전의 4~5%대로 떨어지려면 갈길이 멀다.
내년 대통령 선거와 의회 선거를 앞둔 오바마 대통령,민주당과 공화당은 다급해졌다. 2014년까지 수출을 두 배로 늘려 일자리를 200만개 만들겠다고 약속한 오바마다. 백악관은 한 · 미 FTA 비준으로 7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으로 추정했다. 재정을 투입하지 않고 얻는 일자리다. 미국상공회의소는 "한국 파나마 콜롬비아와의 FTA가 비준되지 않을 경우 38만개 일자리 창출기회를 잃게 된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맥락에서 공화당 소속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3개 FTA 이행법안을 처리하는 것은 하원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맥스 보커스 상원 재무위원장은 "미국의 기업,목축업자,농부들이 오랫동안 비준을 기다려왔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오는 13일로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도 미 백악관과 의회가 조속한 비준을 합의한 또 다른 배경이라고 해석했다. ◆한 · EU FTA 의식
한 · 미 FTA는 미국이 1993년 체결,발효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래 최대 규모인 FTA다. 미국으로선 비준을 늦출수록 그만큼 기회비용이 커진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 · 미 FTA 이행법안을 제출하면서 의회에 보낸 비준 촉구서에서 이를 분명히 지적했다. 그는 "한 · 미 FTA가 비준되지 않으면 미국은 한국시장과 수출 확대로 늘어날 수 있는 일자리를 잃게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7월1일 발효된 한 · EU 간 FTA를 의식한 것이다.
군사안보적으로 경쟁관계인 중국과의 파워게임 양상도 비준의 주요한 추동력으로 작용했다. 중국은 아시아 · 태평양 지역에서 급속하게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전략에서 한 · 미 FTA 카드는 아주 유효하다. 오바마가 "한 · 미 FTA는 아시아 · 태평양 지역의 경제적인 경쟁력을 강화할 뿐 아니라 안보적인 이익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한 대목에서 잘 드러난다. 한 · 미동맹이 경제동맹으로 격상되는 셈이다. ◆하원은 다음주 비준 예상돼
미 의회는 FTA 이행법안을 90일 이내에 수정 없이 비준토록 하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이행법안이 제출되기 전에 이견을 미리 조정하고 득표 확인을 한다. 지금까지 미 의회에서 FTA 이행법안이 부결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미 의회의 비준 절차는 하원,상원 순으로 진행된다. 하원의 에릭 캔터 공화당 원내대표는 "한 · 미 FTA를 포함한 3개 FTA가 다음주 하원에서 처리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다만 상원에선 중국의 인위적인 위안화 가치 저평가 정책을 겨냥한 환율보복법안 처리 등으로 비준이 다소 늦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