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케 의장들은 '비즈니스 한류' 숨은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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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저울업계 1위','엘리베이터업계 2위'….31세의 젊은 나이에 베네수엘라로 건너가 25년 만에 일궈낸 오진석 인케(INKE · 한민족 글로벌 벤처 네트워크) 카라카스(베네수엘라) 지부 의장(56)의 사업 성과다.
4일 개막한 인케 정기모임인 '2011 인케 제너럴'에 참석한 지부 의장들은 한결같이 오 의장처럼 온갖 역경을 딛고 물 설고 낯선 먼 이국땅에서 성공신화를 일군 주인공들이다. 국내 중소 · 벤처기업의 해외 진출은 물론 LG 삼성 등이 굴지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밑바탕에도 인케 의장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오 의장,안영호 요하네스버그(남아공) 지부 의장,유대진 옌지(중국) 지부 의장 등이 대표적이다. ◆유학생에서 남미시장 개척 산파역으로
오 의장은 유학생으로 1982년 베네수엘라에 처음 갔다가 경제의 역동성에 매료돼 이민을 선택했다. 당시 베네수엘라는 오일머니 덕분에 국민소득이 한국의 4배를 넘었다. 첫 사업 아이템은 원단에 무늬를 입히는 날염사업이었지만 4년 만에 접어야 했다.
절치부심 끝에 선택한 아이템이 국내 벤처기업 카스의 전자저울이었다. 전국의 딜러를 초청하는 등 거액을 들여 파격적인 마케팅 공세를 펼친 끝에 미국 메틀러가 주도하던 전자저울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다. LG산전(현 LG오티스) 엘리베이터도 베네수엘라와 쿠바 시장에서 독보적인 브랜드로 만드는 데 오 의장이 1등 공신 역할을 했다. 당시 중남미 최대 규모 쇼핑몰을 짓던 사업주를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공급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오 의장이 운영하는 시나브로인베스트먼트의 작년 매출은 7000만달러에 이른다. 그는 차베스 정권의 국유화 조치로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속속 이탈하고 있지만 지금이 투자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는 "경쟁자들이 갈수록 없어지고 있어 앞으로 사업 기회가 더 늘어날 것"이라며 "최근 인력을 확충하는 등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상사원 근성으로 아프리카 뚫어
안 의장은 1980년대 중반 대우실업의 요하네스버그 지사 창설 멤버로 파견됐다가 정착한 케이스다. 맨땅에 헤딩해서라도 성과를 일궈내는 상사원 특유의 끈기를 발휘,매출 500만달러 규모의 회사를 키워냈다. 대우 근무 시절 패딩재킷 샘플만 들고 칠레 페루 아르헨티나를 무작정 찾아가 수소문 끝에 현지 바이어를 만나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안 의장은 사업 초기에는 원단,컨베이어벨트,비료,골프용품 등 한국 제품을 수입해 팔았고 지난해부터는 한국 중소 · 벤처기업들의 아프리카 시장 진출을 돕는 무역 컨설팅에 치중하고 있다. 안 의장은 "남아공 월드컵 이후 아프리카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한국 기업들의 시장 진출을 최대한 도울 작정"이라고 말했다. ◆웅변 강사에서 옌지시 부시장으로
유 의장은 중국 옌지경제개발구의 정보기술(IT) 분야 기업 유치 · 지원 · 인허가 등의 업무를 관장하는 정무 부시장이다. 옌지국제박람회 준비위원장 타이틀도 달고 있다. 웅변대회에서 100회 이상 수상했을 정도로 웅변 실력이 남달랐던 유 의장은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고교시절부터 웅변학원 강사를 지냈고 이후 유치원 입시학원 등을 운영하다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키 크는 영양제 등으로 큰 돈을 번 유 의장이 중국 옌지로 옮겨간 것은 2006년 말.미국 샌프란시스코 상공회의소 회장이던 당시 옌지 시장의 삼고초려를 받고 자리를 옮겼다. 네이버(NHN) 아사달 심플렉스인터넷 등 95개의 한국 IT 기업을 유치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는 "옌지는 언어 문제가 없는 데다 고급 인력이 풍부해 한국 기업이 진출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