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로드롭 장세' 4가지 생존기술

지난주 코스피지수는 전주보다 72.21포인트(4.25%) 상승했다. 하지만 4일 하루 동안 63.46포인트(3.59%) 급락,지난 1주일간의 상승폭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코스피지수가 3~4일에 걸쳐 소폭 반등을 시도하다가 하루 만에 3~4%씩 하락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천천히 올라갔다가 공중에서 자유낙하하는 놀이기구 '자이로드롭'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자이로드롭 장세'라고도 불린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토대로 대처 방법을 살펴봤다.


(1) 1600~1900 박스권 전략 취하라코스피지수 1600을 하단으로 한 박스권 전략은 유효하다는 분석이 많다. 코스피지수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인 1650선 밑으로 하락할 경우 1600선이 다음 지지선으로 작용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코스피지수가 1600 미만으로 하락하면 국내 주가가 기업 가치 대비 저평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지수가 오르더라도 1900선을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그리스가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지거나 실물경기 침체 등 추가적인 악재가 발생하면 박스권 하단이 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유럽 위기가 리먼 사태와 같은 신용경색 위기로 확산되면 금융의 중개기능이 떨어져 기업이 보유한 자산에 대한 적정 가치도 의미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코스피 1500선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지수 1600대 초반에서는 저가 매수가 필요하지만 1900에 근접하면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면서도 "섣불리 장세를 예측하기보다는 유럽 재정위기의 진행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2) 전날 야간 선물시장을 주목하라

해외 변수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야간선물시장의 예측 기능이 높아졌다. 코스피200선물 야간시장은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와 연계해 국내 시간으로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열린다. 밤 사이 해외에서 발생한 변수가 야간선물시장에 어떻게 반영됐는지에 따라 다음날 장을 예측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야간선물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전날 야간선물시장이 3% 하락했다면 다음날 정규시장 역시 3% 하락세로 출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식이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간밤에 글로벌 악재가 터져 다음날 증시에 미칠 여파를 가늠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며 "야간시장은 미국 증시 등 해외 동향을 한 차례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증시 대비 야간선물의 낙폭이 작았다면 정규장이 충격을 덜 받을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야간 선물을 통해 수급을 살피는 것도 유용하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야간선물은 해외 증시의 헤지 목적으로 많이 활용되기 때문에 외국인 수급을 정확히 보여주는 편"이라며 "외국인의 야간선물 동향과 주간현물 동향이 비슷하게 움직일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3) 인버스 ETF 등으로 헤지 나서라

시장 상황에 맞게 포트폴리오도 재편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상승 수혜주 위주로 종목을 선택할 것을 권했다. 정보기술(IT) 자동차 정유 등 주요 수출주들이 환율 상승 수혜주로 꼽힌다. 업종별·종목별 옥석 가리기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중섭 대신증권 선임연구원은 "자동차 정유 화학 등 기존 주도주들은 대외환경 악화로 수요 전망이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주가가 급락할 때마다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진다는 점도 부담이다. 그는 "IT 업종 내에서도 업황이 바닥을 통과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반도체주만 환율 수혜를 누릴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단기적으로는 내수 방어주에 집중하고,실적 개선이 확인된 후 수출주로 갈아타도 늦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변동성에 대비한 헤지 전략도 필요하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발 늦었더라도 시장의 추가 하락에 대비해 위험 회피(헤지) 전략을 쓸 만하다"며 "개인투자자에게 가장 손쉬운 헤지방법은 상장지수펀드(ETF)"라고 말했다. ETF는 선물·옵션과 달리 증거금 등 진입장벽이 없을 뿐 아니라 손실폭 역시 하루 지수 움직임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하락장에서 수익이 나는 인버스 ETF는 최근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4) EFSF, 은행 부실자산 매입 살펴라

주가가 언제 바닥을 찍고 본격 반등할지는 유럽 국가의 정책 대응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재정위기가 은행 신용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으려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통한 은행 부실자산 매입 프로그램이 실행되고 국가별로 공적자금을 투입해 은행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하이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미국 중앙은행(Fed)이 부실자산 매입을 본격화한 이후 주가가 바닥을 찍고 반등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재정위기 국가의 국채 금리와 주요 은행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하락세로 돌아서야 시장이 안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로·달러 환율이 유로당 1.25달러까지 하락하면 주가가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유로·달러 환율은 유로당 1.31달러 수준이다. 박정우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및 미국과 유럽의 금리 차를 고려하면 유로·달러 환율이 1.25달러에서 저점을 형성할 것"이라며 "이후로는 달러가 약세로 전환되면서 국내외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호/김유미/강지연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