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파티 참석 금지

받아본 사람은 안다. 상(賞)이 얼마나 좋은 건지.상을 받으면 자신도 모르는 새 웃고 어깨도 슬쩍 올라간다. 어디선가 자신을 지켜봐주고 남다른 열정과 노력을 인정했다는 사실이 마냥 기쁘고 뿌듯한 까닭이다. 상금이 없어도 괜찮다. 자신감이 붙으면서 힘이 불끈 솟는다.

작은 상도 그렇거늘 천하가 알아주고 명예에 엄청난 돈까지 따라오는 상임에랴.아카데미상은 대표적이다. 받는 건 오스카란 도금 트로피 하나뿐이지만 수상자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오른다. 여우주연상을 받으면 이혼한다는 '오스카의 저주'도 실은 막강해진 아내를 남편이 견디기 힘들어 하는 탓이라고 한다. 감독과 제작사도 돈방석에 앉는다. 상을 받으면 관객이 20% 이상 늘고 1000만달러 흥행 수입 또한 보장된다는 만큼 후보작을 낸 영화사에선 시상식 전 극장 측과 '수상하면 기존 거래가격에 일정액을 추가한다'는 약정을 맺는다는 정도다.

영향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시상식 중계를 미국에서만 4000만명,전 세계적으로 2억여명이 시청한다는 만큼 여우주연상 수상자의 드레스는 돈으로 환산하기 힘든 홍보 효과를 지닌다.

실제 2002년 여우주연상 수상자 할리 베리는 레바논 디자이너 엘리 사브의 드레스를 입음으로써 그를 하루아침에 세계적 디자이너로 끌어올렸다. 패션업체마다 후보자들에게 자사 의상과 구두를 입히고 신기지 못해 안달인 이유다. 문제는 수상 여부다. 후보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영예라지만 모든 이득은 상 받은 쪽에 돌아가게 마련이다. 그러니 영화사는 물론 배우와 감독 등 관계자들의 홍보 및 로비가 얼마나 치열할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대로 가다간 돈 노름이 되고 말겠다 싶었을까. 아카데미상을 운영하는 영화 · 예술 · 과학아카데미가 새로운 심사위원 행동강령을 내놨다.

심사위원들은 후보작 발표부터 투표 종료일까지 제작사나 배우가 마련한 파티에 참석하지 못하는 건 물론 시사회 도중 식사나 음료 대접도 받을 수 없다는 게 그것이다. 파티 참석과 식 · 음료 대접은 오랜 관행이었음에도 불구,'대가성 없는 파티는 없다'고 본 셈이다.

툭하면 '대가성 없는 떡값'이라거나 '대접은 받았지만 해준 건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눈엔 과연 어떻게 비칠까. "그까짓 걸 갖고 좀스럽게"하며 웃어넘기려나.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