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추억' 전국체전 개회식 야외공원서 열려


"춥기는 하지만 가까운 곳에서 하니 좋아요" 11살 나유진 군은 종합운동장이 아닌 도심 속 야외공원에서 처음 열린 전국체육대회 개회식에서 이 같이 말하며 엄마 손을 꼭 잡았다.

제92회 전국체전이 6일 오후 5시30분 경기도 고양시 일산호수공원에서 개회식과 함께 일주일간의 대장정에 들어갔다.고양시립합창단과 현산초등학교·화중초등학교 학생들이 '손에 손잡고' 등의 곡을 합창하면서 개막식 사전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 '모든이의 꿈'이라는 주제로 도미노 쇼가 펼쳐졌고 체조 선수가 와이어를 이용해 비행하며 공원의 해질녘을 수놓았다.

휴전선을 상징하는 '인간 도미노'가 넘어지면서 통일에 대한 염원을 온몸으로 표현했고 비보이들이 등장해 각 종목을 상징하는 그림에 따라 춤을 췄다. 한복을 곱게 입은 이들이 환영무를 선보였고 대형 연이 떠올랐다. 전국체전 초대장을 받은 한 소녀의 모험과 성장, 경기도의 꿈을 소재로 그려진 무대였다. 관중석 곳곳에서 탄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78세 홍사순 할머니는 80대 친구 2명과 함께 이곳에 나와 박수를 치고 웃으면서 "TV에서 볼 수도 있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직접 볼 일은 별로 없다는 생각에 나왔다"며 "게이트볼과 같은 운동을 즐기는 까닭에 이번 체전도 기대된다"고 했다.공연이 끝나자 개막식의 시작이 선포된 후 해외동포 선수단과 각 지역 선수단이 잇따라 입장하면서 태극기와 대회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깃발이 올라갔다.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단상에 올라 "꽃 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도시 고양시에서 전국체전이 열린 것을 축하합니다"라며 개회를 공식 선언했고 폭죽이 잇따라 터졌다.

환영사에 나선 김문수 경기도 지사는 "뜨겁게 환영합니다"라며 손을 번쩍 들어 보였고,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은 개회사에서 "22년만에 경기도에서 열리는 이번 전국체전은 개회식과 폐회식이 사상 처음으로 야외에서 열린다. 특별한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후 수영의 박민규와 역도의 문유라, 김선필 심판이 공정한 경기를 위해 선서했고, 강화도 마니산과 아라뱃길 등 경기 지역 903㎞를 거쳐 온 성화 점화가 시작됐다.

성화는 첫 주자인 북한 이탈 주민 심주일 씨에게 통일의 염원을 담아 전달됐다. 이어 한류스타 아이돌그룹 샤이니의 민호와 카라의 니콜을 거쳐 열 두명의 자녀를 둔 다자녀 가정의 가장인 김정수 씨와 인도네시아 출신의 어머니 쑥야띤 씨에게 전달됐다.

마지막 주자는 역도 챔피언 장미란 (고양시청)과 지난해 전국육상선수권대회에서 31년 만에 100m 한국기록을 경신한 김국영 (안양시청)이었다.두 선수는 경기도 31개 시·군을 상징하는 다문화가정 어린이 31명과 함께 성화대에 불을 붙였고 불꽃놀이가 어우러졌다. 불은 대회 기간인 일주일 동안 호수공원과 전국의 하늘을 밝히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날씨가 쌀쌀하지만 선수단을 따뜻하게 맞아준 경기도민과 고양시민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며 "전국체전이 온 국민의 축제, 잊지못할 추억의 장이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또 "월드컵, 올림픽 등 각종 대회를 유치하고 선수들이 세계 최고의 성적을 거두면서 스포츠 강국이 된 우리는 스포츠 선진국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처음으로 야외에서 진행된 이번 개회식은 쌀쌀한 날씨에도 수천명의 시민들이 운집해 박수를 치고 야광봉을 흔드는 등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우혜숙 (55)씨는 "야외라서 춥기는 하지만 우리 지역에서 열린 행사라서 좋고, 딸이 무대에서 무용을 선보여 더 좋다"라고 했다. 나철섭 (51)씨도 "딸이 합창에 참여해서 왔는데 야외라서 더욱 색다르고 좋은 것 같다"며 웃었다.

선수단 퇴장 후 이어진 무대는 피아니스트 임동창의 연주와 마샬아츠 퍼포먼스, 경기도 미래비전 영상 상영, 윤도현의 YB밴드가 장식했다.

경기도 측은 "도는 전국체전 종합우승 10연패 달성과 함께 가장 감동적인 대회로 치른다는 목표로 준비했다"며 "역대 대회 때마다 반복된 운영방식에서 탈피해 경기도만의 특색과 브랜드 가치를 구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체전에는 전국 16개 시·도에서 선수(1만7983명)와 임원(5888명)을 합쳐 2만3871명이 참가해 육상과 수영 등 42개 정식 종목과 산악, 댄스스포츠, 택견 등 3개 시범 종목에서 경쟁을 벌인다. 일본, 미국, 중국, 영국 등 17개 해외동포 선수단도 출전한다. 주 개최도시인 고양에서는 축구, 야구, 세팍타크로, 육상, 수영, 역도, 보디빌딩, 테니스, 체조, 스쿼시 등 10개 정식종목과 1개 시범종목(암벽 등반) 경기가 펼쳐진다.

종합 우승 10연패를 노리는 경기도가 1584명으로 최대 규모의 선수단을 꾸려 출전했으며 이어 서울(1395명), 경북(1321명), 전남(1228명), 충남(1227명) 순으로 선수단 규모가 크다.스포츠 스타들의 경쟁도 볼거리다. '마린 보이' 박태환 (단국대)은 호주 전지훈련을 앞두고 있어 참가를 포기했지만 손연재 (세종고), 신수지 (세종대) 등 유명 체조 스타들은 경기에 나선다. 유도에서는 김재범(한국마사회·81㎏급), 왕기춘(포항시청·73㎏급), 최민호(한국마사회· 66㎏급) 등을 볼 수 있다. 체전 기간 중에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는 핸드볼과 펜싱, 기계체조 대표선수들은 지난 9월에 사전 경기를 치렀다.

고양=한경닷컴 김동훈 기자 d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