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5대 신사업' 드라이브…글로벌 성공 스토리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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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0월 최신호에서 '삼성은 아시아의 새로운 기업모델'이라고 표현했다. "삼성은 글로벌 기업 경영진들이 연구할 만한 성공 스토리가 가득한 존경할 만한 기업이고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 일가가 지향한 것처럼 인내심 있고 과감한 기업"이라는 찬사도 곁들였다. 이코노미스트는 한 가지 산업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산업에 도전하는 점을 삼성의 성공 원동력으로 꼽았다. 현재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늘 도전에 나서는 게 '삼성의 힘'이란 얘기다.
삼성의 최근 행보는 이코노미스트의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해 준다. 반도체와 TV,휴대폰 등에서 세계 선두에 올라 있지만 여전히 '위기의식'을 갖고 변화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움직임은 작년 3월 이건희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이후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5대 신수종사업으로 미래를 대비한다
이 회장은 '위기의 전도사'로 불린다. 다들 삼성이 잘 나간다고 생각할 때 '위기'라는 단어를 꺼낸다. 작년 3월 경영복귀 때도 그랬다. 당시 그가 던진 메시지는 이렇다.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이 무너진다. 삼성도 어찌될지 모른다.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이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
사뭇 비장함이 감도는 말이다. 과거 10년간 삼성을 지탱해왔던 반도체 TV 휴대폰 LCD(액정표시장치) 등 기존 사업의 미래가 지극히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배어난다. 올해 초 신년사는 더 비장하다. 그는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이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이 작년 경영에 복귀한 뒤 5대 신수종사업을 정해 '드라이브'를 걸 것을 주문한 것도 이런 위기의식 때문이다. 삼성이 정한 5대 신수종사업은 태양전지,자동차용 2차전지,LED(발광다이오드),바이오 · 제약,의료기기 등이다. 이들 5개 분야에 총 23조3000억원을 투자해 2020년까지 매출 50조원을 올린다는 게 삼성의 전략이다.
5대 신수종사업을 선정한 지 1년6개월이 지난 지금,삼성의 새 먹거리 찾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주춤거리는 분야도 있고 서서히 골격을 갖춰가는 분야도 있다. 태양전지의 경우 삼성전자에서 맡다가 지난 7월 삼성SDI로 넘겼다. 2차전지 사업을 하는 삼성SDI가 총괄하는 게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삼성SDI는 2015년까지 태양전지에 2조원을 투자하고 생산 규모를 현재 150MW에서 2020년까지 3GW로 20배 확대한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LED 사업도 서서히 본 궤도에 오르고 있다. 2009년 설립된 삼성LED는 올해 LED 조명을 대거 내놓으면서 내년 이후 국내외 조명시장 선점에 나섰다. 자동차용 2차전지 분야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삼성SDI가 맡고 있는 이 사업에서 삼성은 2008년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독일 보쉬와 합작사 'SB리모티브'를 설립했다. SB리모티브는 작년 울산에 생산라인을 갖추고 전기차용 배터리 양산을 시작했다. 2015년까지 생산 규모를 연간 전기차 18만대 분(4GWh)까지 늘릴 계획이다. 고객도 확보했다. BMW와 크라이슬러가 작년에 SB리모티브의 리튬이온 전지를 공급받기로 했으며 올해 말에는 폭스바겐이 SB리모티브의 전지를 공급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의료 분야도 '쑥쑥'
바이오 · 제약분야도 올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삼성은 지난 2월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사업(CMO)에 뛰어든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삼성전자 · 에버랜드 · 삼성물산 등 3개 계열사는 이에 따라 세계 톱클래스의 바이오제약 서비스기업인 퀸타일즈와 합작사(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세웠다. 합작사는 지난 5월 인천 송도에서 생산플랜트를 짓기 시작했다. 삼성은 이 합작사에 3300억원을 투입, 2013년 상반기부터 암 · 관절염 등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의료기기도 기틀을 다져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9년 의료기기 사업을 맡을 HME(Health&Medical Equipment) 사업팀을 신설했다. 삼성전자는 이 팀을 통해 작년 혈액검사기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 제품은 기존 혈액검사기의 성능과 정확도를 모두 갖추면서도 가격을 10분의1 수준으로 낮춘 중소병원용 진단장비다. 삼성전자는 작년 말에는 국내 의료기기 회사인 메디슨을 인수,초음파기기 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삼성 관계자는 "2020년까지 의료기기 분야에 1조2000억원을 투자, 연매출 10조원 규모의 사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신규사업은 아니지만 반도체 분야 경쟁력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세계 최초로 20나노급 D램을 양산하기 시작했으며 반도체 16라인을 준공, 20나노급 낸드플래시도 본격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해외 경쟁사들보다 최대 1년6개월가량 앞선 기술력을 확보하게 됐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