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화물선 '마도 3호'서 삼별초 실체 밝힐 목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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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초 지휘관, 장군급도 맡아충남 태안군 마도해역 수중에서 발견된 13세기 선박 '마도 3호'선에서 고려시대 삼별초의 실체를 밝힐 수 있는 목간이 나왔다.
해양문화재硏, 태안서 발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마도 3호선에 대한 수중 발굴조사를 통해 적재된 화물이 어디를 향했는지 등을 적은 목간 다수와 도기호(陶器壺),곡물류,사슴뿔,장기돌 등 287점의 유물을 인양했다"고 6일 발표했다. 한 목간에 적힌 '우삼번별초도령시랑(右三番別抄都領侍郞)'이란 문구를 통해 삼별초가 좌우 각 3번으로 나뉘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7~8품 하급 무반(武班)이라고 알려진 별초의 지휘관을 4품 시랑(4품 · 장군과 같은 품계)도 맡았다는 사실 등 몽골 침략에 저항한 삼별초의 실체를 밝힐 수 있는 획기적인 사료라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마도 3호선에 실린 화물은 젓갈,말린 생선,육포,볍씨 등 먹거리가 주를 이루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나무 상자에 생선뼈가 가득 들어 있고 목간에서는 상어를 뜻하는 '사어(沙魚)'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생전복(생포 · 生鮑),전복젓갈(포해) 등도 항아리에 담긴 채 발견됐다.
화물 수취인으로 시랑(侍郞 · 정4품) 신윤화(辛允和)와 유승제(兪承制 · 정3품)가 등장한다. 이들이 관직을 지낸 시기가 1264~1268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마도 3호선의 연대를 알 수 있다. 수취인 중 한 명인 김영공(金令公)은 최씨 무인정권을 무너뜨리고 새롭게 권력을 잡은 무인 집권자 김준(金俊)으로 드러났다. 연구소는 목간의 문장을 판독한 결과 마도 3호선이 1260~1268년 난파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장기돌 47점도 관심을 끈다. 검은색 타원형 조약돌 앞면과 뒷면에 장군(將軍),차(車),포(包),졸(卒) 등이 뚜렷이 적혀 있다. 선원들의 오락거리로 고려 중기 송나라에서 유입된 장기를 일반에서 많이 두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성낙준 해양문화재연구소장은 "마도 3호선은 1264~1268년 고려의 지방 지배,삼별초 등 정치 군사 경제 실상과 함께 고려 사람들의 먹거리,장기 등 일상생활을 밝힐 수 있는 여러 자료를 담은 타임캡슐"이라고 말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