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질병은 최대의 '경영 리스크'

스티브 잡스 1955~2011 - 국내 '동변상련' 경영자들

스티브 잡스의 사망 소식은 국내 기업인들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숱한 기업인이 병마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다. 매번 조직의 사활을 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기업인들에게 갑작스레 찾아오는 질병은 기업의 최대 경영 리스크 중 하나다.

국내 경제계에선 폐질환으로 사망한 경영자가 유독 많다. SK그룹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이 대표적이다. 44세인 1973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최 회장의 뒤를 이어 SK그룹을 맡은 동생 최종현 회장도 1998년 폐암으로 별세했다. 전경련 회장을 맡았던 고 최 회장은 외환위기가 정점으로 치닫던 1997년 병마와 싸우면서도 산소호흡기를 단 채 각종 회의를 주재하는 불굴의 의지를 보였지만 결국 병마를 이기지 못했다. '포니신화'를 주도했던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도 2000년 폐암 치료를 받은 뒤 철저하게 건강관리를 했지만 2005년 급성 폐렴으로 영면했다. 금호그룹에서는 박정구 회장이 2002년 폐암으로 세상을 떴다. 그의 형인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도 2005년 폐질환으로 별세했다. 삼성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은 1980년대 중반 폐암수술을 받았으며 이건희 회장도 1999년 폐암 수술을 받았다. 이 회장은 지금도 정기적으로 폐 검사를 받는다.

삼성의 경우 작년에 임원들의 건강검진 항목에 스트레스 테스트를 추가한 데 이어 올해 만45세 이상 임직원들에게 200만원 상당의 '정밀 암 검사'를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