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ADB 수석 이코노미스트 "유럽 상황 악화…장기전에 대비해야"

수출 중심 체질 개선을…자본시장 규제 더 완화
이창용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달리 유럽의 재정위기는 일시에 해결되기 힘들기 때문에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6일 말했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한국개발연구원(KDI) 콘퍼런스에서 "유럽 상황은 굉장히 안 좋아지고 있다"며 "2008년보다 쇼크는 작을 수 있지만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수출 중심적이고 반도체 자동차 등 특정 품목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산업구조를 점차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경제 구조는 성공한 벤처기업과 같다"며 "수출에 너무 많이 의존해 좋을 때는 아주 좋고 나쁠 때는 더 나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수출이 중요하고 성장 동력인 것도 사실이지만 수출이 안 될 때는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수출만 할 게 아니라 내수시장 등 다른 부문도 적극 육성해 경제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국의 금융시장이 선진국 수준으로 대우를 받으려면 자본시장 규제를 더 완화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원화가치 절상 등은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부가 선택해야 하는 문제이지만 기본적으로 시장을 더 자유롭게 가져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외환보유액을 민간 금융회사에 빌려주자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그는 "해외에서 (차입에 필요한)가산 금리가 올라간다고 정부 외환보유액을 국내 은행에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은행 등은 가산금리 등 시장 상황에 맞춰 적응하는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브라질은 외화 자산과 부채가 적절한 비중으로 구성돼 있어 환율이 올라가도 큰 걱정이 없다"며 "반면 한국은 아직 외화 부채가 많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외환 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단기성 외환거래에 부과하는 세금인 '토빈세'를 도입하거나 자본 규제를 더 강화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금은 자본유출입 변동이 심해 새로운 제도 도입에 신중해야 하지만 중장기적 과제로 (토빈세 도입을)검토하겠다"고 말했다. )

이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위기와 비교하면 지금 한국은 상대적으로 좋은 위치에 있다"며 "지금은 한국 혼자만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곳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위기는 그리스 등의 사태가 더 악화될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주요 20개국(G20) 등을 통해 적절한 해결책을 찾으면 상황은 개선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