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동ㆍ아연가격 올 최저치로 '뚝'

비철 국제가격 급락 탓…전기동 t당 958만원

이달 전기동과 아연의 국내 판매기준가격이 올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럽 재정위기가 악화되면서 비철 국제가격이 급락한 탓이다. 순동코일 황동 등 전기동과 아연을 원료로 사용하는 동 제품 가격도 일제히 내렸다.

동 제련업체인 LS니꼬동제련은 10월 전기동 괴(塊 · 덩어리) 판매기준가격을 지난달보다 4.0% 낮은 t당 958만1000원(부가세 불포함)으로 고시했다고 6일 밝혔다. 이로써 지난해 10월(t당 932만9000원) 이후 1년 만에 가장 낮은 가격으로 내려갔다. 전기동 국내 판매가격이 이처럼 떨어진 것은 지난달 국제가격이 전달에 비해 크게 하락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LS니꼬동제련 관계자는 "지난달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된 전기동 평균 가격이 t당 8314.84달러로 지난 8월(9041.3달러)보다 8.0%나 하락했다"고 말했다. 그나마 국내 판매가격 하락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은 원 · 달러 환율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외환은행 최초 고시 기준으로 지난달 달러당 원화환율은 평균 1129원53전으로 8월 평균(1083원64전)에 비해 4.2% 올랐다"며 "환율이 국내 전기동 가격의 급격한 하락을 막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이 이달 국내시장에 공급하는 아연 괴 가격도 t당 259만1000원으로 지난달(263만7000원)에 비해 1.7% 하락했다. 지난해 8월(249만1000원) 이후 최저 가격이다. 지난달 LME 아연가격이 t당 평균 2100.16달러로 전월보다 6.2% 떨어진 것이 국내 가격 하락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의 더블딥(짧은 경기회복 후 재침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 재정위기가 그리스 이탈리아 프랑스 등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자 원자재펀드 등이 투자 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전기동 및 아연 관련 제품 가격도 잇따라 내렸다. 풍산은 전기동만을 사용하는 순동코일 가격을 지난달보다 3.3% 낮은 t당 1173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전기동과 아연을 혼합한 '황동 2종'도 t당 939만원으로 2.8% 내렸다. 지난달 전기동과 주석을 섞어 만드는 스프링용 인청동 가격도 t당 1368만원으로 3.1%,전기동 주석 니켈 등을 혼합하는 스프링용 양백도 t당 1316만원으로 2.9% 떨어졌다. 내달 전기동 등의 국내 판매가격은 더 내려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미국과 유럽 주가 급락 등으로 5일(현지시간) LME 전기동 가격이 t당 6881달러(3개월물)까지 떨어지는 등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한 수입상은 "비철의 국내 가격 하락폭은 원화환율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