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리퍼터를 팔뚝에…"미셸 위, 배가 나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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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챔피언십 1R - '골프대디'들 따라가보니…
미셸위父 "퍼터 배꼽에 못대요"
박세리父 "내가 직접 스윙교정"
최나연父 "체력관리 집중할 것"
국내에서 열리는 유일한 미국 LPGA투어인 하나은행챔피언십(총상금 180만달러 · 우승상금 27만달러) 첫날에도 어김없이 '골프 대디'들이 딸의 뒤를 따라다녔다. 갤러리 속에서 딸의 파 퍼팅이 홀을 비켜갈 때는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고 버디를 성공시킬 때는 주먹을 불끈쥐며 뜨거운 '부성애(父性愛)'를 드러냈다.
박세리(34)의 부친 박준철 씨(60)는 딸의 스윙을 바꿨다는 말부터 꺼냈다. 그는 "예전에는 유연성이 있으니까 리드미컬한 스윙이 가능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부드러운 스윙이 어려워졌다. 그래서 두 달 전부터 내가 직접 나서 몸에 맞게 심플한 스윙으로 교정했다"고 말했다. 딸에 대한 믿음은 여전했다. "올 겨울 훈련을 착실히 하면 내년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을 겁니다. 저만큼 딸을 아는 사람이 없어요. 자꾸 옆에서 잘되지 않는 스윙을 강요해선 안 됩니다. "
그는 10년 넘게 코치를 맡아온 톰 크리비와 결별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모처럼 방한한 미셸 위(22)의 부친 위병욱 씨(52)도 만났다. 위씨는 망원경을 들고 다니며 딸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했다. "몸이 좀 슬림해진 것 같다고요? 일부러 살을 뺀 건 아닙니다. " 최근 '벨리퍼터'로 교체한 미셸 위는 퍼터를 배꼽에 대지 않고 팔뚝에 고정시켜 퍼팅했다. 위씨는 "식후엔 배가 나오니까 배꼽에 대지 못하겠다며 팔뚝에 대기로 했는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지애(23)의 부친 신제섭 씨(51)는 딸의 샷이 흔들리자 "너무 열심히 준비해서 그런지 긴장하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같은 조인 미셸 위와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에 비해 드라이버샷 거리가 20~30야드 뒤떨어지자 "그래도 지난해보다 20야드가량 늘어난 것"이라며 개의치 않았다.
최나연(24)의 부친 최병호 씨(45)는 최근 컨디션이 좋은 딸에 대해 "체력관리를 아주 잘했다. 앞으로도 8개 대회를 더 뛰어야 하기 때문에 체력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7언더파 65타로 단독선두에 나선 청야니(대만)를 이길 선수가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앞으로 3년간은 어려울 것 같다"고 답했다.
'골프 대디'들의 대부격인 박준철 씨는 최병호 씨에게 "곁에 있을 때는 연습도 잘하고 말도 잘 듣지만 미국에 가면 '서구화'가 되기 때문에 연습도 안하고 말도 잘 듣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청야니에게 1타 뒤진 2위 최운정(21)의 부친 최지연 씨(54)도 전형적인 '골프 대디'다. 20년간 경찰공무원이었던 그는 일을 그만두고 딸의 전업 캐디가 됐다. 최운정은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는 어머니보다 부녀 간이 더 친밀하고 호흡도 잘 맞는다"며 웃었다.
스카이72CC=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