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많은 인천·시흥·태백市 자구책 비상

정부, 13일 워크아웃 대상 지자체 심의 착수

지방채 억제·공사매각 나서
"아시안게임·신도시개발 등 특수상황 감안을" 볼멘소리
재정난으로 '워크아웃(재정위기단체)' 대상으로 거론되는 인천시,강원 태백시,경기 시흥시가 지방채 발행 중단,부실 공기업 매각 등 자구노력에 나서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행정안전부의 평가기준이 지자체 사정을 감안하지 않은 '획일적인 잣대'라며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9일 행안부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 9월 말을 기준으로 각 지자체의 재정상황을 진단해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40%를 넘는 지자체 등을 '재정위기단체'로 지정키로 하고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40%를 넘거나 지방공사 부채가 순자산의 6배를 초과하는 지자체를 골라낼 계획이다. 인천시의 올해 채무액은 2조7045억원으로 예산 6조9780억원(기금 포함) 대비 38.7% 수준이다. 그러나 아시안게임 준비와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을 위해 내년과 2013년 각각 5600억~570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하면 채무비율이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문제로 인천시는 최근 긴급대책회의를 개최했으며,송영길 시장이 행안부 등을 방문해 인천의 특수성을 고려해 달라는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인천도시철도 2호선의 경우 정부가 2018년까지 나눠서 지원하는 국비에 해당하는 지방채를 발행해 우선 투입하는 만큼 재정위기와 직접 관련이 없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아시안게임 관련 지방채 발행도 이미 유치한 국제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2014년까지 평가에서 유예해 달라고 읍소하고 있다. 인천시는 그러나 기타 지방채 발행을 억제하고 새로운 세수 발굴과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부채비율을 관리할 방침이다.

채무비율이 43.2%인 시흥시도 제반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부 수치만으로 재정난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적합치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방채무 총액은 3414억원(2011년 9월 말 현재)이지만 이 가운데 3000억원은 배곧신도시(군자지구) 개발사업에 따른 토지 매입을 위해 2009년도에 발행한 지방채라는 게 시흥시의 주장이다. 권응서 시흥시 예산계장은 "신도시 사업계획 인가가 늦어져 최근에야 분양이 결정됐으며 분양 수입이 4000억원 정도 들어오면 내년엔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23%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말했다. 시흥시는 "시의 채무가 재정으로 갚아야 할 악성채무가 아니고 토지 개발을 통해 자산을 매각하는 투자비 성격"이라며 "이제 사업초기인데다 총 매각대금이 약 3조4000억원으로 예상되고 있어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산하 공기업의 부채비율이 600%를 초과해 워크아웃 대상으로 거론되는 태백시는 문제가 되는 태백관광공사의 민영화를 서두르기로 했다. 태백시가 641억원을 출자한 태백관광개발공사는 휴양시설인 오투리조트를 개발했지만 자산 규모는 402억원으로 하락하고 부채는 3361억원으로 늘어나 사실상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근접했다.

태백시는 오투리조트 매각에 속도를 내는 한편 내년도 긴축예산 편성을 단행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태백시 관계자는 "연말까지 오투리조트를 매각할 것"이라며 "현재 1,2차 입찰이 유찰됐지만 최적의 업체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지자체의 자구노력은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감안하지 않은 분양수입이나 민영화 계획에 불과해 제대로 이뤄질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정태웅/김인완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