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후계자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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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카고에서 1918년 설립된 제니스는 한때 라디오의 대명사로 통했다. 휴대용 라디오,FM수신기 등을 잇따라 내놔 큰 인기를 끌었다. MTS 방식의 아날로그 텔레비전과 디지털 HDTV 기술의 일부를 개발한 회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80년대 들어 창업자 랠프 매튜스가 세상을 뜬 후 어려움에 처했다. 값싼 일본전자제품이 밀려드는 데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탓에 1999년 파산신청을 하고 말았다. 지금 경영권은 LG전자가 갖고 있다.
애니메이션의 명가 디즈니도 창업자 월트 디즈니 사망 후유증을 혹독하게 겪었다. '미키 마우스''백설공주''피노키오''신데렐라' 등 숱한 히트작을 만들어냈으나 1966년 디즈니가 타계하자 시련이 찾아왔다. 흥미를 끌 만한 작품을 내놓지 못한 것은 물론 여러 차례 적대적 인수 · 합병 시도에 시달렸다. 엎친 데 덥친 격으로 임원들과 법적 분쟁을 겪으면서 거액의 손실을 보기도 했다. 20여년이 지나서야 경영이 정상화되기 시작했다. 비단 이들 업체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제 헤드헌팅사 콘페리가 조사해 보니 미국 기업의 65%는 체계적 경영 승계계획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얼마전 미 증권거래위원회가 CEO 승계 계획을 기업가치에 영향을 주는 중대한 경영행위로 재정의하고,이사회가 꼭 다뤄야 하는 사안으로 규정했다.
물론 예외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GE다. 잭 웰치는 40세 무렵 CEO 후계자 중 한 명으로 지목돼 집중적인 훈련과 검증을 거친 후 45세에 최고경영자에 올랐다. 그의 후계자 제프리 이멜트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GE가 1896년 다우존스지수 초기 편입 기업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건 이처럼 지배구조 안정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아예 후계자를 양성하는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이곳에서 훈련받는 사람은 300명 정도다. 6개월마다 20%씩 탈락시켜 최종 선발된 한 명을 후계자로 선정한단다.
애플 역시 스티브 잡스의 빈자리가 휑해 보인다. 팀 쿡 CEO와 조너선 아이브,필립 실러 부사장의 3인 체제로 간다지만 잡스의 천재성과 카리스마를 대체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더구나 삼성전자 같은 쟁쟁한 경쟁자가 포진해 있다. 잡스 추모 열기가 가라앉은 후 본격적으로 벌어질 모바일 시장 쟁탈전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애니메이션의 명가 디즈니도 창업자 월트 디즈니 사망 후유증을 혹독하게 겪었다. '미키 마우스''백설공주''피노키오''신데렐라' 등 숱한 히트작을 만들어냈으나 1966년 디즈니가 타계하자 시련이 찾아왔다. 흥미를 끌 만한 작품을 내놓지 못한 것은 물론 여러 차례 적대적 인수 · 합병 시도에 시달렸다. 엎친 데 덥친 격으로 임원들과 법적 분쟁을 겪으면서 거액의 손실을 보기도 했다. 20여년이 지나서야 경영이 정상화되기 시작했다. 비단 이들 업체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제 헤드헌팅사 콘페리가 조사해 보니 미국 기업의 65%는 체계적 경영 승계계획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얼마전 미 증권거래위원회가 CEO 승계 계획을 기업가치에 영향을 주는 중대한 경영행위로 재정의하고,이사회가 꼭 다뤄야 하는 사안으로 규정했다.
물론 예외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GE다. 잭 웰치는 40세 무렵 CEO 후계자 중 한 명으로 지목돼 집중적인 훈련과 검증을 거친 후 45세에 최고경영자에 올랐다. 그의 후계자 제프리 이멜트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GE가 1896년 다우존스지수 초기 편입 기업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건 이처럼 지배구조 안정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아예 후계자를 양성하는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이곳에서 훈련받는 사람은 300명 정도다. 6개월마다 20%씩 탈락시켜 최종 선발된 한 명을 후계자로 선정한단다.
애플 역시 스티브 잡스의 빈자리가 휑해 보인다. 팀 쿡 CEO와 조너선 아이브,필립 실러 부사장의 3인 체제로 간다지만 잡스의 천재성과 카리스마를 대체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더구나 삼성전자 같은 쟁쟁한 경쟁자가 포진해 있다. 잡스 추모 열기가 가라앉은 후 본격적으로 벌어질 모바일 시장 쟁탈전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