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초등학교 동기…봉사로 뭉친 늦깎이 우정

우리는 절친 - 김영모·김원수·이영희·노순석 씨
'김영모 과자점' 대표인 김영모 대한민국명장회장(58)에겐 '늦깎이' 고향 절친들이 있다. 경북 칠곡 왜관 출신인 그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고등학교 1학년 때 중퇴해 학창시절 친구 대부분이 연락이 닿지 않았다. 17세에 동네 빵집 보조로 출발해 일찌감치 서울로 올라와 41년간 제빵 외길을 걸어온 탓도 있다.

그러나 6년 전 모교인 대구고에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로서 강사로 초빙된 것을 계기로 새로운 우정이 싹트게 됐다. 고교 동문인 이영희 이스트맨(Eastman) 한국지사 부사장(56)이 강의 소식을 듣고 36년여 만에 연락을 해온 것이다. 뒤늦게 맺은 우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 회장은 그 이듬해 회원수 200여명에 달하는 리더십 교육 및 봉사 조찬모임 EBM(Early Bird Meeting · 이사장 송자)에서 리더십 강의를 맡아 회원인 김원수 패션그룹형지 사장(57 · EBM 포럼 대표),노순석 한국투자증권 전무(57 · EBM 이사)와 친분을 쌓게 됐다. 5년 전 우연하게 김 회장은 김 사장,노 전무가 이 부사장과 함께 경북 구미의 해평초등학교 동기동창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그 후 넷은 똘똘 뭉쳐다니고 있다.

김 회장은 "50대가 되면 친구가 적어지고 새롭게 사람을 사귀는 것 자체가 이해관계에 엮여 있을 때가 많지만 이 친구들은 예외"라며 "서로 고민을 털어놓고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는 아주 소중한 친구들"이라고 말하며 흐뭇해했다. 노 전무는 "세 명은 어릴 적부터 알고 있었지만 김 회장까지 같이 친해지면서 우정은 한결 더 돈독해졌다"며 "모두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어 만나면 서로가 삶의 영역을 넓히고 새로운 활기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환갑을 앞둔 나이지만 네 명 모두 현역으로 뛰고 있어 모임 때마다 활력이 넘친다. 김 회장은 지난 3월 명장회 회장으로 취임하며 활동 반경을 넓혔고,김 사장은 인천대 교수 생활을 21년 만에 접고 올초 패션그룹형지 사장 및 샤트렌 대표를 맡아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고 있다. 노 전무는 데이콤 팬택을 거쳐 한국투자증권 홍보 담당 임원을 맡고 있는 홍보 전문가이다. 이 부사장은 코닥 칼라에서 분사한 외국계 섬유기업 이스트맨 제품을 국내에서 30년 넘게 팔고 있다. 김 회장은 "각자 특성이 모두 달라 서로에게 배울 점이 많다"며 "김 사장에겐 뉴프론티어 정신,노 전무에겐 추진력과 인간관계,이 부사장에겐 부드러운 리더십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뒤늦게 친해진 동창이지만 정말 친구들은 배려심이 많고 장인정신이 묻어난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들은 부부 동반으로 골프를 치거나 식사를 하는 등 다양한 모임을 갖고 있지만 봉사 활동도 적극 나서고 있다. 내년부터 속속 있을 환갑 잔치마다 부부 동반으로 함께 축하하는 자리도 마련할 예정이다.

김 사장은 "우리끼리 즐겁게 노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책임을 모두 가진 네 명이 모여서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항상 고민하고 있고 조금씩 실천해나가고 있다"고 귀띔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