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 넉달째 동결…"정상화 의지 변화없다"(상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넉 달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번 금리동결 결정의 배경을 유럽의 재정위기 확산 가능성과 주요국 실물경제의 부진 등으로 경제 성장의 하방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13일 기자설명회에서 "금리 정상화 의지는 변화없다"면서도 "국내외 금융시장과 대외적인 여건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 금리를 결정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금통위 내에서도 인하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며 "이번 금리동결 결정은 만장일치였다"고 강조했다.

이는 금리동결을 반대하는 소수 의견이 있었던 지난달과 달라진 점이다. 지난달 엇갈린 의견을 보였던 금통위는 이번에는 경제 성장의 하방위험에 대해 인식을 같이 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앞으로 세계경제는 완만하나마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되나 유럽지역의 국가채무문제 확산 개연성, 주요국 경제의 부진 및 국제금융시장 불안 지속 가능성 등으로 성장의 하방위험이 커졌다"며 "국내 경제는 장기추세 수준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나 해외 위험요인의 영향으로 성장의 하방위험이 증대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김 총재는 4%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소비자 물가에 대해서는 "농산물가격 하락과 전년 대비 기저효과 등으로 물가상승률은 낮춰질 것"이라며 "소비자물가와 근원 물가 상승률을 억제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면서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 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3%로 올해들어 9개월 연속 4%대 고공행진을 이어갔지만, 전달 5.3% 상승에 비해서는 1%포인트 떨어졌다. 또 일정 기간을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생산자물가 상승률 역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5.7%를 기록,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한은 금통위가 넉 달째 기준금리를 같은 수준에 묶어두면서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아졌다고 전망했다.유익선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세계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조금씩 완화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그리스 등의 사태는 중장기적인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실물 경기에 대한 우려까지 생기면서 금리 인상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유 위원은 "특히 최근에는 브라질 이스라엘 등 일부 신흥국을 중심을 금리를 인하하는 움직임까지 있어서 글로벌 통화 정책 흐름과 달리 독자적으로 (금리인상 방향으로) 움직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연말의 계절적 상황까지 고려하면 내년 초까지는 현재의 금리 수준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통위는 이날 오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25%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 6월 0.25%포인트 인상된 뒤 넉 달째 같은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