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세월 견딘 천태산 은행나무 생명 소리 들리나요?
입력
수정
양문규 시인 첫 산문집 출간"천태산 은행나무는 천년을 넘게 생의 중심을 잃지 않고 서 있습니다. 나뭇등걸 속에 울음을 내장하고,더 큰 울음을 키우고 있습니다. 지난봄 내내 나는 그 울음소리를 들으며 은행나무 곁을 떠나지 못하였습니다. 그것은 생명의 소리였습니다. 겨울에서 봄으로 오는 소리,미혹의 세계에서 각성의 세계로 오는 생명의 소리였습니다. "
충북 영동 출신인 양문규 시인이 첫 산문집 《너무도 큰 당신》(시와에세이)을 펴냈다. 1999년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낙향해 5년 동안 천년고찰인 천태산 영국사에서 뒷방지기로 살며 쓴 글을 모았다. 책에는 각박한 서울에서 받은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이 진솔하게 그려져 있다. 그는 영국사 대나무집에 틀어박혀 눈과 비,꽃과 은행나무에 마음을 비끄러매고 살았다. 마치 유배와도 같았지만 자연의 질서를 몸으로 익히는 법을 체득하고,세상의 본질을 바로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곁에는 천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생명을 보듬고 키우는 '자연의 부처' 은행나무가 있었다.
"천태산 은행나무는 기쁨과 행복,꿈과 희망,고통과 분노,좌절과 절망 등은 서로 분리되어 있지도 않고 함께하지도 않으면서 그냥 그대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줬다. "
'천태산 은행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대표로 활동 중인 그가 깨달은 생명의 소중함과 자연이 주는 교훈도 담겨있다. 1989년 '한국문학'에 '꽃들에 대하여' 외 1편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벙어리 연가》 《영국사에는 범종이 없다》 《집으로 가는 길》 《식량주의자》 등이 있으며,계간 문예지 '시에'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