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뛰어난 용인술·놀라운 포용력이 이세민의 리더십

당 태종 평전 | 자오커야오·쉬다오쉰 지음 | 김정희 옮김 | 민음사 | 688쪽 | 3만5000원
어느 해 겨울 당 태종은 아름다운 매 한 마리를 데리고 놀다가 멀리서 위징이 오는 것을 보고 품 속에 숨긴다. 그에게 들켜 또 비판을 들을까 염려했던 것.위징은 간언을 계속했다. 시간은 마냥 흘렀지만 태종은 들을 수밖에 없었고 결국 매는 숨이 막혀 죽어버렸다.

5000년 중국 역사상 가장 부강하고 안정된 시대를 이끌었다는 당 태종 이세민의 이야기다. 마오쩌둥이 명 태조 주원장보다 더 뛰어난 군사전략가요 정치가로 평가한 당 태종의 치세,즉 '정관(당시 연호)의 치'를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는 책 《당 태종 평전》이 나왔다. 이세민이라는 걸출한 영웅은 숱한 학자들이 정치를 논하고 리더십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입에 올리는 '단골손님'이다. 617년 스무 살에 아버지를 설득해 거병,1년 만에 중원을 점령하고 당나라를 세운 주역.중국판 왕자의 난인 '현무문의 난'을 통해 스물 아홉에 즉위한 스토리는 전작들과 다를 리 없다. 경세와 위민에 관한 기존의 책들이 딱딱한 '1980년대 교과서'였다면 이 책은 교과서의 이해를 돕는 참고서라 할 수 있다.

책을 통해서뿐 아니라 중국에선 경제 · 치안이 불안할 때,우리나라에서는 선거철만 되면 으레 듣는 당 태종의 리더십이지만 쉽게 풀어쓴 얘기와 그의 발언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임용하면 의심하지 않고 임무를 맡기면 책임을 지웠으며 한족과 이민족을 차별하지 않고,현명하고 능력이 있으면 누구나 등용했다. 엄격한 인사고과로 무능한 자를 내쫓고 능력있는 자를 승진시켰으며 나이 들어 물러나는 자를 예우했다"로 요약되는 '정관의 치'는 계파가 성행하고 학벌이 판치며 무임승차자들의 웃음소리가 사무실을 메우는 조직에 일갈하는 듯하다. 이세민은 "국가가 참소(아첨)와 무고를 받아들여 망령되이 충량한 자를 해치면 반드시 종묘가 구릉이나 빈터가 되고 시조가 이슬에 젖습니다"는 위징의 까칠하고도 무례한 간언에도 마음과 귀를 열었다. 위징은 개국공신은커녕 형 건성을 보필했던 원수였다. 그러나 치국을 위해 그를 끌어들이고 후에 최고 관직인 시중으로 승진시켰다. 모든 리더가 당 태종의 그림자를 따를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해당 분야를 책임져야 하는 장관들이 대통령의 역정에 고개를 떨구기만 하는 현실이 그의 덕목을 떠올리게 한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