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구찌, 롯데면세점에 '소송 불사' 압박

롯데 "공항공사가 허가 안해"
신라면세점 나온지 3개월…이사갈 매장은 공사 시작도 안해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가 롯데면세점을 상대로 "오는 18일까지 '인천공항 면세점에 내기로 한 구찌 매장 공사를 언제 시작하겠다'는 확약을 하지 않을 경우 소송절차에 들어가겠다"는 내용의 최후 통첩을 보냈다. 롯데가 지난 2월 '낮은 수수료율에 좋은 자리를 내주겠다'고 한 약속만 믿고 지난 7월 인천공항 내 신라면세점 2개 매장을 박차고 나왔는데,약속 기한(8월 말)이 두 달 가까이 지났는데도 롯데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구찌코리아는 롯데면세점을 상대로 '약정 이행 최고장'을 지난 11일 보냈다. 구찌는 최고장을 통해 "당초 6월 말 공사를 시작해 8월 중 매장을 내기로 합의했는데 롯데 측이 돌연 '인천공항공사가 허가하지 않아 공사를 할 수 없다'며 시간만 끌고 있다"며 "개장이 늦춰지면서 직원 인건비는 물론 기존 신라면세점 내 2개 매장 철수로 인한 사업기회 상실 등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찌는 "새로 내려는 매장도 기존 인천공항 면세점 내 구찌 매장(롯데 1곳 · 신라 2곳)과 비슷한데 공항공사가 유독 이번에만 절차상 하자를 들먹이며 공사를 허가해 주지 않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롯데면세점은 마땅히 공항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최고장을 보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구찌가 인천공항 롯데면세점에 추가 입점을 결정한 것은 지난 2월이다. 신라면세점이 작년 11월 루이비통을 유치하기 위해 10%대 수수료율에 일반 명품보다 4~5배나 넓은 500㎡ 공간을 내주는 '파격 대우'를 약속한 게 발단이 됐다. 30%대 수수료율을 적용받던 구찌는 신라면세점에 '루이비통급 대우'를 요청했지만,거부당하자 신라면세점 내 2개 매장을 빼고 롯데면세점에 추가 매장을 내기로 한 것이다. 루이비통 유치전에서 신라에 패배한 롯데는 '넘버2' 명품인 구찌를 잡기 위해 20%대의 수수료율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선 "롯데가 신라로부터 구찌를 빼앗아오려는 욕심에 낮은 수수료를 받고 입점시키겠다고 약속했지만,찬찬히 들여다보니 별다른 이득이 없다고 판단해 입점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돌기도 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현재 인천공항공사 측과 구찌 매장을 최대한 빨리 열기 위해 세부 사안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롯데면세점이 제출한 구찌 매장 조성공사 계획에 대해 보완하라고 지시한 상태"라며 "새로 제출할 공사 계획이 적정한 것으로 판명되면 허가해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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