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여의도에 달린 '한·미 FTA 준공식'
입력
수정
사회적 안전장치 마련 철저히5년 가까이 얽혀 있던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실타래가 워싱턴에서 먼저 풀렸다. 그간 한국과의 FTA 비준을 놓고 매사에 으르렁거리던 민주당과 공화당이 초당적으로 비준한 것이다. 이는 작년부터 '수출증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National Export Initiative)' 정책을 적극 추진하던 오바마 대통령의 커다란 정치적 승리다.
무역조정지원제 대폭 보완을
안세영 < 서강대 교수·경제학 >
사실 미국으로선 1994년 이웃나라 캐나다,멕시코와의 담장을 허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해볼 만한 경제파트너와 손을 잡은 셈이다. 한 · 미 FTA의 경제적 효과는 그간 미국이 호주,칠레 등 9개 나라와 맺은 FTA보다 더 크다. 우리나라로선 세계 10위권으로 우뚝 올라선 경제력에 자부심도 갖지만,세계 최강의 슈퍼파워 미국과 맺은 FTA의 효과에 대해 기대 반 우려 반의 분위기다. 정부와 국책연구소는 향후 몇 년간 국내총생산(GDP) 상승효과,수십만 개의 일자리 창출 등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고 있지만,야당과 반대하는 시민단체(NGO)들은 다른 색깔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한국과의 FTA를 서두르느라 너무 많이 양보했다. " 몇 년 전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미국 지도층 인사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한국에선 '한 · 미 FTA=경제 종속,농민 파산'이란 구호 아래 반대 물결이 거셀 때다. 하나의 FTA를 놓고 태평양을 건너 두 나라가 서로 손해 볼 장사(!)를 시작한다고 아우성친 셈이다.
사실 FTA의 시장개방 효과는 정확히 예측하기 힘들다. NAFTA를 할 때 미국 농민들이 멕시코로부터 값싼 농산물이 들어올 것을 우려했지만 막상 문을 열고 보니 경쟁력 있는 미국의 농산물이 멕시코로 들어갔다.
중동의 조그만 나라 이스라엘이 1980년대 중반 미국과 겁도 없이(?) FTA를 할 때 경제종속,무역적자 확대 등을 내세우며 국내에서 반대여론이 거셌다. 하지만 당초 우려와 달리 이스라엘의 흑자로 이 나라가 오늘날 작지만 야무진 경제로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 눈을 우리에게로 돌려 우리가 처음 칠레와 FTA를 할 때 '국내 과수농가가 쑥대밭 된다'고 시민단체,농민단체들이 얼마나 반대했던가. 하지만 우리가 맺은 FTA들의 중간평가표를 보면 대부분의 경우 당초 우려했던 만큼 피해도 크지 않았고 우리의 무역수지도 많이 개선됐다.
이제 공은 여의도로 건너왔다. 한나라당은 10월 말까지 비준을 서두르고 야당은 '10+2 재재협상안'을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월가를 점령하라'는 분노의 시위에서 보듯이 개방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약자에 대한 사회적 안전장치는 마련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협의해 우리 경제도 좋고 약자에 대한 배려도 마련하는 좋은 합의점을 마련하기를 바란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10+2 재재협상안' 중에 쇠고기 관세철폐유예 등 '10'은 지나친 우려로 국민적 설득력이 없다. 하지만 국내에서 보완해야 될 '2',즉 무역조정지원제도 보완과 통상절차법 제정에 대해선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협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 기회에 제조업,서비스만 다루는 무역조정지원제도를 대폭 보완해 농수산업도 포함시켜 FTA를 할 때마다 농어민에게 임기응변으로 퍼주는 특별법 제정보다는 이 제도의 큰 틀 속에서 농어민도 노동자와 같이 체계적으로 지원받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지금 미국에서 한 · 미 FTA라는 금자탑의 화려한 준공식이 펼쳐지고 있지만 사실 어려운 시공은 한국에서 좌파 반미 정권이라고 매도당하면서도 소신을 가지고 협상을 시작한 전임 대통령이 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역사에 남을 '본인의 작품'을 하나 만들 필요가 있다. 이는 우리의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 또는 일본과의 FTA일 것이다.
안세영 < 서강대 교수·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