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소셜커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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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세월은 속담도 바꾼다. '싼 게 비지떡'만 해도 그렇다. 40대 이상은 거의'맞다'고 할지 모르지만 20~30대는'무슨 소리냐'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싸게 살 수 있는 물건을 비싸게 사면 바보나 다름없다고 여기는 까닭이다. 구매 방법에 대한 생각도 완전히 다르다.
나이 든 이들은 매장에 나가 실물을 본 다음 사야 마음이 놓이는 반면,젊은층은 웬만한 물건은 인터넷 쇼핑몰 등을 통해 구입하고 택배로 받는다. 앉은 자리에서 제품 고르기와 가격 비교 모두 가능한데 굳이 시간과 교통비를 들여 매장까지 오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유통 혁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확산은 '소셜 커머스'라는 새로운 유통 모델을 탄생시켰다. 소셜커머스의 원리는 간단하다. 뭐든 순식간에 퍼지는 SNS를 이용,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구매하면 파격적 할인가를 제공하는 것이다. 24시간 동안 구매자가 100명 이상 되면 정가의 50%를 깎아준다는 식이다.
구체적인 유통 모델은 2008년 미국 시카고에서 온라인 할인쿠폰업체 그루폰이 등장하면서 나타났다. 큰 밑천 없이 시작할 수 있는데다 스마트폰 증가로 거래가 한결 쉬워진 덕일까. 국내에도 불과 2년 새 티켓몬스터,쿠팡,위폰 등 무려 300여개 업체가 생겼다고 한다.
진입은 쉽고 경쟁은 심하다 보면 탈이 나게 마련인가. 단기간에 늘어난 소셜커머스 업체가 할인율 부풀리기,짝퉁 판매 등 문제를 일으키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피해주의보를 발령했다는 소식이다. 한국소비자연맹에서 조사했더니 소셜커머스 제품 53개 중 29개가 정상가를 비싸게 표시하고 마치 대폭 깎아주는 것처럼 굴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할인가가 온라인 최저가보다 비싼 경우도 있었다는 정도다. 모든 상거래가 그렇듯 소셜커머스의 성패는 신용에 달렸다. 할인율 부풀리기와 짝퉁 판매는 대금만 받고 사라지는 사기행위와 다를 바 없다. 알아서 근절해야 하는 건 물론 음식점이나 미용실 쿠폰 등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마땅하다.
소비자 또한 상품권이나 주유권,유명 브랜드 제품을 구입할 경우 싼값에 현혹되지 말고 상식에 근거,거래 조건과 업체 신뢰도,구매후기 등을 잘 살펴야 한다. 욕심에 눈 멀면 사기꾼들의 표적이 되기십상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