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高 매춘' … 여대생ㆍ이혼녀 포함 한해 1만명 日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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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사이드 - 경찰팀 리포트지난 13일 오후 7시,일본 JR야마노테선 도쿄역에서 지하철로 다섯 정거장 떨어진 우구이스다니(鶯谷)역.도쿄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역 가운데 하나인 이곳 일대에는 유독 모텔들이 많았다. 입구에 '숙박료 2000~3000엔'이라고 적힌 입간판이 세워진 모텔 100여개가 몰려 있었다. 모텔 주위엔 지나가는 남자들에게 은근히 말을 거는 40대 후반의 아줌마들과 경찰,험상궂은 인상의 젊은 사내들이 술래잡기 하듯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원정 성매매 브로커 잡고 보니…
성행하는 '데리헤르쓰'
러브호텔 100여개 밀집…한국여성 몸파는 장소로…브로커에 돈 뜯겨 빚만
익명성 보장의 '유혹'
한국인 손님 철저히 차단…원정녀의 부담 덜어줘
성매매 특별법 '풍선효과'
국내 일자리 잃고 해외로…'엔高'로 대박 환상 품어
30분째 이곳을 어슬렁거리던 기자의 어깨를 한 여성이 툭 쳤다. "하치줏분데 니만엔(80분에 2만엔)." 앞뒤 툭 자르고 암호 같은 말을 내뱉었다. 우구이스다니역.이곳은 최근 한국 대학원생부터 서울 강남의 텐프로 여성까지 포함된 해외 원정녀들의 성매매인 '데리헤르쓰'(Delivery health · 콜걸의 일본식 영어조어)가 이뤄지는 일본 내 본거지다. 지난 8월15일 광복절,일본의 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속칭 '원정녀'라 불리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실시간으로 퍼져 나간 무대이기도 하다.
◆월 3000만원의 유혹…브로커 1년간 10억원 챙겨
원정녀 사건은 최근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가 원정 성매매 브로커인 최모씨(35) 등 6명과 여성 16명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실체가 드러났다. 지난해 8월부터 최씨를 통해 일본으로 건너간 한국 여성만 수백명,성매수를 한 일본인만 1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는 1인당 100만원의 소개비를 받으며 이 기간 중 10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8월22일부터 9월30일까지 40일간 해외 성매매를 집중 단속한 결과 해외 원정 성매매 혐의에 연루돼 경찰에 적발된 사람이 전국적으로 225명에 달했다. 성매매에 나선 여성들 중에는 이혼녀는 물론 서울 유명 사립대의 대학원생과 여대생 등도 다수 포함돼 충격을 줬다.
그동안 해외로 나가 매춘을 하는 한국 여성이 10만명에 달한다는 추측이다. 과거 일본과 호주 등으로 한정돼 있던 한국 여성들의 매춘처는 미국과 유럽으로 퍼지고 있다. 특히 일본은 환차익을 챙길 수 있고 한 · 일 양국 협정에 따라 90일간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해 성매매 여성들이 통제없이 오가고 있다.
그러나 경찰의 단속엔 한계가 있다. 해외 곳곳에 퍼져 있는 성매매업소나 성인업소 사이트를 일일이 점검하기는 지금의 인력으론 힘겹다. 해외의 경우 인터폴 수사공조를 하지 않는 이상 외국법에 저촉돼 수사를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정훈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경위는 "공조수사도 만만찮아 국내 브로커를 체포해 일당을 적발하는 기획수사가 지금으로선 최선"이라고 털어놨다. ◆라면집보다 많은 데리헤르쓰업소
데리헤르쓰가 성행하는 일본 도쿄의 우구이스다니역 부근.이곳에는 러브 호텔 100여개가 밀집해 있다. 주로 성매매 여성을 부르기 위한 호텔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여성이 몸을 파는 경우가 90% 이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본에는 라면집보다 불고기집이 더 많고,그보다 한국 성매매 업소가 더 많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고 했다. 한국 여성들의 숙소도 이 지역에 마련돼 있다. 한 집을 2~3명이 사용한다. 박 경위는 "4~5층짜리 빌라 전부를 한국에서 온 출장 성매매 여성들이 빌려 합숙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일본에 도착한 후 한국 여성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프로필 사진 찍기.30대 일본인 남성에게 보내져 성관계 요령을 테스트 받는 경우도 있었다.
'마마'로 불리는 포주가 관리하고 있는 홈페이지에는 한국 여성들의 프로필 사진을 비롯해 나이,일본어 실력,신체 사이즈 등이 올라와 있다. 일본 남성들이 원하는 여성을 고른 후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번호로 전화를 하면 성매매가 이뤄진다. 가격은 80분에 2만엔,12시간을 같이 보내면 15만엔 정도다. 수익은 6 대 4로 나눈다. 원정녀가 60%를 갖고 '마마'가 40%를 가져가는 구조다.
하지만 원정 성매매 여성들이 돈을 버는 경우는 극히 희박하다. 성매매 여성들은 당초 약속받은 '월 3000만원 수익'은커녕 항공료와 숙박비,성형수술비,휴대전화 사용료,홍보용으로 찍은 반나체 사진 촬영비 등으로 낸 선불금에 월 10%의 이자가 붙으면서 600만~1000만원의 빚을 떠안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엔고,'원정' 부추겨
유흥업계 관계자는 "2~3년 전부터 일본에 한국식 데리헤르쓰가 급격하게 늘었다"며 "지난해 1만~2만명의 한국 여성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출장 성매매를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 원정 성매매가 급격히 늘어난 이유는 뭘까. 엔고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지적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엔화의 가치가 치솟고 있다. 2007년 9월까지만 해도 100엔당 원화의 가치는 700원대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616원까지 치솟았다. 최근에도 1300~14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출장 성매매 여성인 B씨는 "(가기 전에)하루에 25만엔(370만원)까지 벌 수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했다.
성매매를 금지한 특별법의 풍선효과라는 분석도 있다. 박 경위는 "성매매특별법 시행으로 성매매 여성들이 일자리를 잃은 것도 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성매매특별법(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성매매를 방지하고 성매매 피해자 및 성매매업자의 보호와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2004년 9월23일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성매매는 더욱 음성화돼 오피스텔이나 키스방 등 신 · 변종 성매매 업소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었다. 누르면 누를수록 퍼지는 '풍선효과'인 셈이다.
김우섭 기자/도쿄=안재석 특파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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