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아기엄마 힘 겨루기, 내 아이 망칠수도…

맞벌이 부부가 늘어날수록 '할머니 육아 교실' 강좌가 인기를 끌고 있다. 딸과 며느리들이 일터로 나가며 양육자가 된 할머니들의 손주 사랑이 '할머니 육아 교실'의 인기로 번진 것이다.

맞벌이 부부의 30퍼센트 이상이 부모 세대에게 양육을 맡긴다고 한다. 이런 사회현상에 ‘할머니 육아 파워’라는 신조어가 생기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조부모와 함께 사는 아이들은 신체, 언어, 인지, 정서발달에 많은 도움을 받는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또 손주의 양육에 참여하는 조부모 역시 건강에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축적된 인생 경험과 육아 노하우로 가족에 기여하면서 삶의 의미를 찾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육에 참여하는 조부모와 아기엄마와의 갈등은 당신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밥을 먹지 않는 아이에게 길거리 오뎅을 사준 것으로 며느리에게 핀잔을 들은 적이 있는가?"

출판 편집자 심순영씨는 아이를 출산한 뒤 친정엄마가 양육을 도맡아 주셨다. 딸에게 친정 엄마만큼 편안한 존재가 있을까.

심 씨는 아이를 키워주는 엄마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졌다가도, 아이에 대한 욕심이 앞설때면 엄마와 '지지고 볶으며' 아이를 키웠다고 한다. 그러던 중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났고, 어머니와 함께 세 돌 이전의 아이를 양육하며 느끼고 배웠던 점들을 신간 '엄마, 아기를 부탁해요'(조선북스)로 엮었다.

심씨가 조언하는 육아갈등 해결법은 간단하다.

서로간의 고통을 이해하고 알아주면서, 아기를 위한 최선의 길을 찾기 위해 서로가 아는 것을 공유하는 것."대게 엄마들은 과학적이고 원칙적인 육아를 고집하고, 할머니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식으로 아기를 기른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기에게 맞는 육아 방법을 선택해야한다는 사실이다. 육아에 대한 고집이 아기엄마와 할머니의 양육권 주도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는 서로에 대한 너그러운 이해심이 필요하다. 둘이서 육아법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고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한다."

할머니들은 노련한 육아 경험자다. 아기가 필요한 걸 금방 알아차리고, 능숙하게 아이의 문제점을 해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물을 씹어서 입에 넣어주는 일'이나 '어른의 약을 절반으로 잘라 아이에게 먹이는 일' 등은 아기엄마에게 곱지 않게 보이는 것 역시 사실이다.

반면 아기엄마들은 아이를 다루는 능숙함은 부족하다. 대신 인터넷 등을 통해 섭렵한 최신 정보들을 항상 접하며 아기에게 좋은 정보를 알고있는 장점이 있다.

심순영씨는 "엄마들은 아이를 키우는 조부모에게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엄마는 양육에 참여하는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고, 조부모는 아기엄마와 충분히 대화하며 요청을 받아줘야한다"고 조언했다.

아기 양육에 대한 잘못된 힘겨루기는 집안 분위기를 망가뜨리고, 결국 아기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할머니와 아기 엄마는 서로 돕고 이해하는 균형잡힌 육아 생활을 위해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서로에게 섭섭한 마음을 갖지 말아야한다.

신간에서 심씨는 월령별 아기 육아법과 돌보기 방법, 건강하게 먹이는 법과 바름습관 들이기 등의 자신의 육아 노하우를 모두 전했다.심씨는 "전통 육아와 현대 육아를 조화시켜 육아 생활을 지혜롭게, 힘들고 고되지만 보람 있는 아기 돌보기, 그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원진 기자 aile0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