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의 고민 "서울시장 이겨도…"

재ㆍ보선 계산 바쁜 잠룡들

박근혜, 수도권 득표력 시험대
손학규, 野통합 주도권 고심
문재인ㆍ안철수 '대권 저울질'

여야 대선주자들은 10 · 26 재 · 보궐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손학규 민주당 대표，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야 간판급 주자들이 선거 전면에 나서면서 재 · 보선은 대선 전초전의 성격을 띠고 있다. 때문에 선거 결과는 자연스레 각 주자의 향후 입지와 연결될 수밖에 없게 되면서 물밑 수싸움이 치열하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야권의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지원에 나선다면 박 전 대표와 대결 구도를 형성하면서 어느 한쪽은 적지 않은 상처를 입을 수 있다.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승리하면 지원에 나섰던 박 전 대표의 위상이 더욱 확고해지는 것은 물론 안 교수의 부상을 차단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수도권 득표력에 대한 의구심도 털어낼 수 있다.

반면 나 후보가 큰 표 차이로 패배하면 '비박보수(非朴保守 · 친박 이외의 보수진영)'의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타이틀도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 때문에 유권자의 시선에서 멀어지면서 손해를 보고 있다.

안 교수는 박 후보가 이기면 자신의 선거 영향력이 확인되면서 내년 4월 총선 이전에 행보를 본격화하는 등 정치 일정을 앞당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선 '안철수 대선후보-박원순 서울시장' 구도를 점치기도 한다.

손 대표의 계산은 복잡하다. 박 후보가 이기면 체면치레는 할 수 있으나 범야권 연대의 주도권을 쥐기는 쉽지 않다. 박 후보를 비롯한 시민단체 세력에 정국 주도권이 급속하게 쏠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해찬 전 총리 등 당 외곽 친노-재야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혁신과 통합'은 내달 초 통합추진 기구를 만들자고 압박하며 재 · 보선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패배하면 손 대표는 우선 당 내부에서 정동영 최고위원을 비롯한 비주류의 거센 도전을 받을 수 있다. 제1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는 데 실패하면서 그는 이미 한 차례 대표직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문 이사장은 부산 동구청장 선거 결과에 따라 정치적 행보가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에서 승리를 거머쥐면 영남권에서의 그의 영향력이 확인되면서 대선 주자로서의 몸값을 높이게 된다. 반대로 지면 대선 후보군에서 멀어질 공산이 크다.

'안철수 바람' 여파로 기존 정당 정치가 심각한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박 후보의 무소속 정치 실험이 성공하면 기존 정치권에 일대 지각변동을 몰고올 수 있다. 시민단체 세력의 현실 권력화라는 새로운 흐름이 힘을 받을 것이란 얘기다. 이들이 정치세력화에 나서면 기존 정당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여권의 레임덕은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14일 "선거 패배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동력을 약화시키고 책임론 문제 등으로 여권 분열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