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3% 목소리가 한국서도 필요하다

미국 월가 시위대에 맞서 건전한 자본주의 정신을 되찾고자 하는 중산층들이 모여 온라인 사이트(the53.tumblr.com)를 개설했다는 소식이다. 이들은 '우리는 53%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연방 세금을 내는 납세자들인 53%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월가 시위대가 1%의 부자들을 공격하는 것은 인간성을 욕되게 하는 참을 수 없는 짓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결집하는 모양새다. 미국은 기회의 나라이지 복지를 보장하는 나라가 아니며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정신을 이들은 표방하고 있다.

우리는 53%에 달하는 이 같은 성실한 납세자의 힘으로 자본주의가 성장하고 진화해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역시 이런 자조 자립적인 시민들에 힘입어 성장해 온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한국에는 아직 이런 단체가 없지만 건전한 중산층의 자립적인 인생관을 확산시키는 것은 지금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신이 책임질 일조차 정부와 사회에 그 책임을 돌리고 남의 탓으로 전가하는 우리 사회의 최근 분위기를 감안하면 더욱 그럴 것이다.

정부가 만능의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하고 부자든 가난하든 시민권에 기반해 보편적 복지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라면 여기서는 자기 책임을 기초로 하는 도덕성도 정의감도 설 자리가 없다. 정부 재정지출을 늘리고 부자를 혼내주는 방법으로 성숙한 사회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이는 사회의 미성숙이며 정신의 미숙함을 드러내는 데 다름 아니다. 내년에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프랑스 독일 등 대다수 국가들이 지도자를 뽑는 총선과 대선을 치르게 된다. 한국에서도 53% 중산층의 목소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