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cupy 여의도는 짝퉁 퍼포먼스…反美 외치더니 美시위 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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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월가시위' 비판 목소리 확산"'여의도를 점령하라(Occupy 여의도)' 시위는 짝퉁 퍼포먼스에 불과합니다. 좌파 시민단체는 월가의 부도덕성을 비난할 자격조차 없습니다. "
"금융을 국제 투기시장 만든 건 좌파 정권…진보 단체들은 월가 비난할 자격 없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14일 오전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서울 중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강당에서 개최한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 주제 발표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조 교수는 "좌파 시민단체들은 지난 10년 동안 좌파정권을 등에 업고 한국을 국제적으로 가장 투기하기 좋은 시장으로 만들어 놓았다"며 "그런 단체들이 반금융자본 시위를 주도하겠다는 건 모순"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다른 패널들도 "여의도 점령시위는 분노의 방향이 잘못된 채 미국산 시위를 일방적으로 수입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외국기업 먹튀 땐 조용하더니…"
조 교수는 "과거 저축은행 사태나 외국 기업의 먹튀가 벌어졌을 때는 조용히 있다가 왜 이제서야 월가 시위를 흉내내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시민단체들의) 정치적 의도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시위를 원했다면 JP모건이나 골드만삭스 등 외국 기업이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 한국을 떠날 때 벌였어야만 했다"고 지적했다. 또 조 교수는 "최근 시위가 발생한 미국과 영국 및 남유럽 국가는 경제위기의 진원지"라며 "반면 한국은 2008년 금융위기를 기회로 이용해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으로 발돋움하는 등 성공적으로 극복했다"고 덧붙였다. 시위가 발생한 다른 국가와 한국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월가 시위를 진행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함께 토론자로 나선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도 "평소엔 반미를 외치고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하다가 미국산 월가 점령시위는 수입하겠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2008년 위기를 상대적으로 잘 극복했다는 점에서 선진국들과 사정이 다르다"며 "국가마다 상황이 다른데 외국의 움직임을 따라 시위를 벌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의 지나친 '금융회사 때리기'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윤 교수는 "저축은행 대주주 및 경영자,감독당국의 행태가 분노를 자아낼 만한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최근 정치권에서 나타나는 지나친 금융회사 때리기는 상당 부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도 "정치권은 틈만 나면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다가 상황이 악화되자 앞장서서 금융권을 욕하면서 국민의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월가 금융시위 흉내내며 웬 반FTA"
전문가들은 15일 여의도에서 예정된 시위가 다른 방향으로 변질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했다. 조 교수는 "월가 금융 시위를 흉내낸 시위에서 왜 반미나 한 · 미 FTA 반대 같은 구호가 등장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미 시위의 본질과 내용이 변질됐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 부소장은 "월가 점령 시위는 최소한의 경제학조차 결여된 채 오로지 부자들을 향해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며 "이처럼 분노의 방향을 잘못 잡은 시위를 수입하는 건 우리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오후 사단법인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가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대한민국 보수의 현재와 미래' 토론회에선 보수 세력의 빈약한 활동과 위상이 이 같은 상황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토론 패널로 나선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는 "보수 세력은 진보 단체에 비해 적극적인 활동 없이 '입'만 내세우고 있다"며 "보수 세력은 통일적으로 행동하는 것에 대한 관심도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권혁철 자유기업원 시장경제연구실장도 "진보 세력은 점차 세를 불려가면서 야당뿐 아니라 한나라당조차도 무시하지 못하는 세력으로 성장했다"며 "그러나 보수 세력은 대부분 정치인들이 무시하거나 경멸하는 태도를 취하는 등 사방에서 무시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