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시장에 '大魚'가 몰려온다

대우조선·삼성물산·만도…
수천억 차환발행 등 잇따라
수천억원 단위의 대규모 회사채가 이달 중 줄줄이 발행된다. 기업들이 운영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는 데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 당시 고금리로 조달했던 자금을 만기 상환하기 위해서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3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고려하고 있다. 내년 4월 만기가 돌아오는 5000억원의 회사채 상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만기까지 시간이 남았지만 한꺼번에 시장에서 소화시키는 데 무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발행 여건이 나쁘지 않아 금리 등의 조건이 맞으면 이달 내 조달을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오는 24일 이사회에서 발행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17일 채권시장에서 4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다. 확보한 자금은 2008년 발행했던 회사채를 상환하는 데 대부분 사용할 계획이다. 당시 삼성물산은 3년 만기로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연 8.31%의 조달비용을 감수했다. 이번 차환 발행으로 삼성물산은 금융비용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게 됐다.

한국투자금융지주도 차환발행을 통해 금융비용 절감효과를 누리게 됐다. 20일 발행할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연 4.53%.한국투자금융지주는 2008년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면서 연 8.04%의 이자비용을 감수했다.

성장정책을 펴고 있는 만도는 시설투자 등 운영자금을 위해 채권시장을 찾았다. 이달 내 1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만도는 주요 납품처인 현대 · 기아자동차의 판매실적 호조로 매출과 수익 규모가 커지고 있다. 2009년까지 연 평균 700억원 안팎의 설비투자를 진행했다. 지난해부터 신규 연구소 관련 투자가 이뤄지면서 투자 규모가 확대됐다. 올해만 2000억원의 투자계획을 세웠으며 앞으로도 해외 생산법인 설립 관련 자금 소요가 계속될 전망이다. 두산건설 역시 원재료 구입 등에 들어가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규모는 1000억원으로 확정했다. 두산건설은 총차입금이 2조원(올 9월 말 기준)을 웃돌고 있지만 신규 착공사업장의 분양률이 좋지 않아 운전자금 부담이 커진 상태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 같은 현상이 내년 1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그룹계열사를 중심으로 대규모 차환물량이 잇따라 대기하고 있어서다. 한국자산평가에 따르면 내년 1분기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발행 잔액은 23조원을 넘어선다. 올해 말까지 9조1884억원,이후 매달 3조~5조원 안팎의 만기가 집중돼 있다.

대형 증권사 채권영업부 관계자는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함이 여전하다 보니 기업들이 차입금 만기를 수개월씩 남기고도 가능한 한 미리 자금조달에 나서려는 모습"이라며 "큰 규모의 회사채 발행이 잇따르다 보니 투자자들의 회사채 편입 수요가 줄어 앞으로 산업리스크에 따라 조달금리 차별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