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언시, 강자를 위한 제도로 변질" 비난
입력
수정
생보 과징금 형평성 논란삼성 · 교보 · 대한생명 등 '빅3'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리니언시(담합 자진신고자 감면제도) 혜택을 받아 수천억원의 과징금을 면제받자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14일 보험 상품의 이율을 담합한 16개 생명보험사들에 365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지만 이들 '빅3'는 리니언시를 활용해 약 2700억원을 면제받았다. 전체 과징금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교보가 가장 먼저 담합사실을 인정하고,자료 일체를 공정위에 '갖다 바치자' 삼성과 대한생명이 재빨리 뒤를 이었다. 나머지 13개 중소보험사는 "공정위가 사실상 담합을 주도한 기업들의 처벌 수위를 낮춰 리니언시를 강자만을 위한 제도로 퇴색시켰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전문가들도 버젓이 담합행위를 주도한 대기업이 공정위에 먼저 협조했다는 이유만으로 과징금을 면제 또는 경감받는 '보험'을 들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며 근본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도 지난 국감에서 "2008년부터 지난 8월까지 리니언시를 통해 과징금을 감면받은 경우는 74건,6727억원"이라며 "이 중 대기업이 60% 가까운 3891억원(42건)의 혜택을 받았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올 7월 기업들이 자진신고를 하더라도 심의에 성실히 협조하지 않거나 다른 사업자에 담합을 강요했다면 위원회가 자진신고 지위를 취소할 수 있도록 운영고시를 개정했다.
정갑영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리니언시의 목적은 내부고발을 통해 부당 카르텔을 와해시키는 것에 있는데 최근엔 담합을 주도한 기업들의 면죄부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리니언시liniency.'담합자진신고자감면제'라고 한다. 담합 혐의가 있는 기업 중 먼저 자백하는 기업에는 죄를 묻지 않거나 줄여줘 카르텔 내부의 고발을 이끌어낸다.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