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왕' 빌 그로스, 투자실패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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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채 매입 다시 늘려세계 최대 채권펀드 운용사 핌코의 빌 그로스 회장(사진)이 미국 국채 가격 하락(금리 상승)에 베팅했던 투자가 잘못됐음을 인정했다. 대신 정부 정책(오퍼레이션 트위스트)에 맞춰 다시 미국 장기 국채를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그로스는 최근 '내 탓이오(mea culpa)'란 제목으로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핌코 웹사이트에 올렸다. 그로스는 편지를 통해 "올해는 정말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다"며 "선진국의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채권 가격이 떨어질 것이란 판단이 빗나갔다"고 시인했다. 올해 초 그로스는 미국 정부와 관련된 모든 채권을 매각했다. 선진국들의 중앙은행이 인플레 압박 때문에 금리를 올리면 국채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
그러나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로 경기침체가 현실화되자 투자자들이 전통적 안전자산인 미 국채에 몰렸다. 국채값이 급등,국채 금리는 6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의 두 차례 양적완화로 달러화 가치는 추락했지만 투자자들이 '썩어도 준치'인 미 국채에 베팅한 것이다. 그로스의 판단 착오로 핌코가 운영하는 '토털리턴펀드'는 최악의 실적을 냈다. 2242억달러 규모인 토털리턴펀드의 수익률은 1.1%로 다른 채권펀드의 평균 수익률인 6%에 훨씬 못 미쳤다.
실패를 인정한 그로스는 최근 국채 매입으로 유턴했다. FT는 "그로스가 국채 매입에 나선 것은 지난 9월 미국 중앙은행(Fed)이 발표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정책'과 관련이 깊다"고 분석했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단기 국채를 팔고 장기국채를 매입,장기 금리를 낮춤으로써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는 경기부양책이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