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피겔 "진짜 99%는 집에 머물렀다"

외면 당한 '反월가 시위' - 엇갈린 평가

팬디트 씨티 회장 "신뢰 재건은 월가의 몫"
전 세계로 확산된 반월가 시위는 정치지도자 등 다양한 계층의 반향을 이끌어내는 데는 성공했다는 평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월가시위는 미국인들의 분노가 표출된 것"이라고 공감을 나타냈다. 유럽중앙은행(ECB) 차기 총재로 내정된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중앙은행장도 "청년들에겐 분노할 권리가 있다"고 동조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는 "매우 건설적인(constructive) 행동"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정치권의 이 같은 반응은 유럽 재정위기 등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정책 실패로 경제위기를 키운 데 따른 자성의 움직임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카니 총재는 "월가시위의 확대는 차가운 수치(부진한 경제지표)에 대한 물리적인 반응"이라고 말했다.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시위대를 자극해서 좋을 게 없다는 정치적인 계산이 깔린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시위대의 중점적인 타깃이 되고 있는 월가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비크람 팬디트 씨티그룹 회장은 "그들의 정서를 충분히 이해한다"며 "신뢰를 재건하는 건 월가의 몫"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제이미 다이몬 JP모건 회장은 "시위대는 시위할 권리가 있고,우리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지만 무릎 꿇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더글러스 엘리어트 연구원은 "월가가 시민들의 분노를 여전히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반월가 시위는 여전히 목표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융 자본주의의 탐욕과 부의 불평등을 고발하면서 공감을 불러일으켰지만 향후 어떤 정책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지 등 뚜렷한 주장이나 요구 사항이 없다는 것이다. 이날 각국에서 벌어진 시위에서도 나라별로 반전,긴축재정,복지축소에 대한 저항 등 구호들이 모두 달랐다. 때문에 시위를 지속할 만한 동력이 부족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가를 점령하라' 단체의 대변인 베스 보가트는 "뉴욕 시위대가 전 세계 시위대와 소통하고 있지만 그들의 행동을 조정하는 것은 아니다"며 "불행하게도 세계적인 연대가 만들어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독일 시사 주간지 슈피겔은 "진짜 99%는 (거리가 아니라)집에 머물렀다"며 침묵하는 대다수가 시위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