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법 위반하는 선량들

김재후 정치부 기자 hu@hankyung.com

이상권 한나라당 의원(인천 계양을)은 지난 주말 자신의 트위터에 "'도가니'를 보고 난 뒤 가슴이 무겁고 답답했습니다. 재조명되고 있는 광주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장애우들이 더 이상 눈물 흘리는 일이 없길 희망합니다"는 글을 올렸다. 이 글 끝엔 관련 기사라며 본지 14일자 A14면에 난 '도가니 본 의원들…흘러나온 울음소리'기사가 링크돼 있었다. 전날 같은 당 진수희 의원이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도가니 영화 상영과 관련한 분위기를 전한 기사였다.

링크를 타고 기사를 확인하다가 깜짝 놀랐다. 기사 원문이 있는 한경닷컴(www.hankyung.com)이 아닌 이 의원의 홈페이지(www.leesangkwon.com)로 연결됐다. 홈페이지는 본지 기사 외에도 다른 언론사들의 기사로 가득했다. 기자의 이름과 이메일 주소가 포함된 전문이 모두 자리하고 있었다.

기사의 무단 전재 및 배포는 법(저작권법 등)으로 금지돼 있다. 이를 어기면 언론사와 기자는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고,위반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받을 수도 있다. 모든 언론사의 인터넷 기사 끝에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한다"고 써놓은 이유다.

이 의원의 트위트를 보고 기자는 "블로그 등에 기사를 전재하는 것은 불법이며,앞으론 법대로 회사 홈페이지로 링크해 주면 고맙겠다"고 써 보내봤지만 이 의원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이 의원의 홈페이지엔 여전히 수백건의 기사가 올라와 있다. 대부분 자신의 의정활동과 관련된 내용이다.

다른 의원들도 이 의원과 별반 다르지 않다. 자신의 활동사항이나 칭찬 등이 들어간 기사는 어김없이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페이스북 등에서 그대로 긁어다 전재하고 있다.

포털사이트에 '국회의원 블로그'로 검색한 뒤 들어가보면 이런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보도자료만 올리거나,기사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로 이동하도록 하고 있는 기업과는 너무 다르다.

"다른 의원들도 그렇게 하고 있는데,기사 무단 전재쯤이야…"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국회의원은 법을 만드는 것을 본업으로 하고 있다. 스스로 법을 지키는 게 먼저다.

60초후 공개
출연진 뭐하고있나

언더그라운드 가수로
살아간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