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연 아닌 인간이 진짜 자원이다

한경 인재포럼 '인재가 미래다' 주제로 11월1일 개막

한국은 석유 수출국이라는 사실을 아십니까
인구와 식량, 맬서스의 저주 무너진지 오래…인재의 재발견에 석학들 머리 맞댄다
세계 인구가 이달 말이면 70억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유엔의 예측이 나왔다. 평균 인구 증가율은 1.1%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선진국들은 지금 인구 감소를 걱정한다. 인구가 증가하면 식량 자원이 고갈돼 인류가 구조적 빈곤에 빠질 것이라는 맬서스의 논리는 식량과 인간 양 측면에서 모두 빗나갔다. 식량 생산은 늘고 있고 석유 등 다른 천연 자원도 결코 고갈되지 않는다. 줄리언 사이먼 교수는 진짜 자원은 자연자원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소위 인적자원론을 갈파해 유명하다. 인간만이 궁극적인 자원(the ultimate resources)이라는 것이다.

그는 식량도 자연자원도 인간의 의지가 투입될 때 비로소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류는 기근이라는 절대 제약에서 이미 벗어났다. 기아가 존재한다면 이는 정치나 전쟁의 결과다.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생각하는 인간)야말로 궁극의 자원이다. 천연자원이라고 해도 인간이 그것을 자원으로 지정할 때 비로소 자원이 된다. 더구나 자원이 풍부하다고 결코 부자가 되지는 않는다. 영국이 그랬고 일본이 그랬고 한국이 그렇다. 남미에서 금광을 발견한 스페인은 유럽의 빈국이 됐고 북해유전을 발견한 영국은 영국병으로 내려앉았다. 네덜란드조차 그랬었다. 실제로 산유국 중에 선진국은 없다. 부를 축적해 내는 것은 오로지 인적자원, 다시 말해 인간 그 자체에 있고 인간이 바로 부의 원천인 것이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은 나라라는 말은 한국을 설명할 때 으레 따라붙는 수식어다. 그러나 한국은 정제유와 석유제품을 수출하는 나라가 된 지 오래다. 봄철이면 보릿고개에 허덕이던 나라가 이제는 쌀을 소비하지 않아 오히려 걱정이다. 한국인이라는 매우 특이한 인간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다. 한국은 천연자원에서는 빈국이지만 인적자원에 있어서는 그 어느 나라보다 질적으로 풍부하다.

지금 국가를 다시 건설하고 있는 이라크의 고위 관료나 빈곤퇴치 운동을 펴고 있는 에티오피아의 정부 인사,그리고 파키스탄의 장학생들이 줄을 지어 한국을 찾고 한국의 성공을 배우려 하는 것은 옳게 본 것이다. 한국이 어떻게 인재를 키우고 활용했는가에 이들은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지금은 미국과 유럽의 대학들이 한국 인재들을 발굴하려고 아우성이다. 폴 크루그먼 등 일부 경제학자들은 한국의 경제 발전이 저임금 노동력을 대거 투입해 성공한 것일 뿐이라고 비아냥거렸지만 궁극의 자원으로서의 한국인을 이해하지 못하면 대한민국 경제사를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 애플과 일전을 겨루는 삼성전자를 크루그먼은 결코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는 그런 경제학을 오류의 경제학이라고 불러 마땅하다.

1인당 국민소득 4만~5만달러 시대의 대한민국도 결국 새로운 인재가 끌고 가게 된다. 물론 이들은 2만달러시대의 인재와 다른 모습일 것이다. 전문 지식으로 무장한 새로운 인재들이 나올 것이다. 개방적이고 글로벌화된 그런 고도의 지적 수준을 갖춘 새로운 한국인의 탄생이다. 이들이 활동할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 이 시대 우리의 몫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하는 글로벌 인재포럼이 11월1일부터 3일간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다. '인재가 미래다'라는 슬로건으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폴 볼커 전 Fed 의장을 비롯 하토야마 전 일본 총리, 후쿠야마 미 스탠퍼드대 교수 등 세계 석학들이 참석해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새로운 경제질서와 인재상에 대해 토론을 펼치게 된다. 특히 해외 참석자들은 삼성전자와 JYP엔터테인먼트 등 대표적인 인재 양성기관 견학도 갖게 된다. 관심있는 개인과 기업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권한다. 지식의 향연에 참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