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메뚜기' 잠잠하자 ELW '증권사 스캘퍼' 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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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세부지침 없어 증권사 자기매매 급증주식워런트증권(ELW)시장에 '증권사 스캘퍼'들이 큰손으로 등장했다. 기존의 개인 스캘퍼들이 숨죽인 틈을 타 일부 증권사들이 직접 ELW 초단타 매매(스캘핑)를 하고 있는 것.한국거래소의 DMA(주문 직접 접속) 세부지침 마련이 지연되면서 제도의 '사각지대'가 생겨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중소형 증권사의 자기매매(프랍 트레이딩) 부서에서 ELW 스캘핑을 활성화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슈퍼 메뚜기(스캘퍼)들이 DMA 주문을 통해 큰 수익을 얻자 일부 자기매매 부서에서도 이를 참고하기 시작했다"며 "기존 스캘퍼들의 전략과 크게 다를 게 없다"고 설명했다.
ELW 자기매매 규모가 가장 큰 A증권사의 경우 ELW 전담팀을 두고 하루 몇 백억원의 자금을 굴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증권사는 유동성 공급(LP)을 맡은 부서와 별도로 자기매매팀을 두고 운영하고 있다.
증권사 스캘퍼의 '존재감'이 부각된 것은 최근이다. 지난 6월 증권사 임직원 등이 ELW 불공정 거래 논란으로 기소되자 기존 개인 스캘퍼들은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 또 금융당국은 후속 대책으로 '투자자(스캘퍼)의 주문처리 시스템은 방화벽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DMA 기준을 마련했다. 한 전문가는 "이 과정에서 기존 스캘퍼 계좌의 주문 속도는 느려진 반면 일부 증권사들의 자기매매 계좌는 방화벽을 거치지 않아 상대적으로 유리해졌다"고 전했다. 기존 스캘퍼들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도 ELW 자기매매 현황을 점검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자기매매를 통한 ELW 거래는 금지 대상이 아니지만 어느 한 쪽이 속도 우위를 갖고 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금융당국의 DMA 기준에 자기매매가 포함되는지가 명확하지 않은 점을 지적한다. 거래소는 8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DMA 시행세칙을 내놓기로 했지만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