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25전 25승…수익모델보다 '창업자 스토리'에 베팅"

창간 47주년 글로벌 CEO 인터뷰 (4) - 클라이너퍼킨스 아이펀드 대표 맷 머피에게 듣는다

아마존·트위터·페이스북도 초기에 우리 자금 썼다
소셜·지역·모바일의 '솔로모' 향후 5년간 IT창업 주도
잡스처럼 되긴 어렵지만 IT 창업 성공 가능성 커져

"지난 40여년간의 투자 역사에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회사의 수익모델보다 창업자의 스토리를 더 중시했기 때문입니다. "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 클라이너퍼킨스 코필드앤바이어스의 모바일 분야 투자펀드 아이펀드(iFund) 대표를 맡고 있는 맷 머피 파트너는 "벤처 투자는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라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멘로파크시에서 1972년 설립한 클라이너퍼킨스는 지난 39년 동안 475개 회사에 투자한 미국의 대표적인 벤처캐피털이다. 특히 1990년대 벤처 열풍 시기에 스타트업 기업이던 세계 최대 전자책회사 아마존닷컴,하드웨어업체 선마이크로시스템스,세계 최대 게임업체 EA,인터넷업체 아메리카온라인(AOL),세계 최대 인터넷기업 구글 등에 투자해 대박을 터뜨린 것으로 유명하다.

2005년 이후에는 페이스북,트위터,그루폰 등에 대한 투자를 통해 또다시 큰 수익을 올려 뉴욕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으로부터 "역시 돈 되는 사업을 가장 먼저 알아보는 벤처캐피털"이라는 찬사를 듣기도 했다.

맷 머피 파트너는 "창업자의 스토리를 들으면 그 회사의 미래를 알 수 있다"며 "경기 불황에 대한 우려가 높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혁신 아이디어로 무장한 젊은 스타트업이 줄을 잇고 있어 투자하기에 최적의 시기"라고 말했다. 그를 만나 클라이너퍼킨스의 투자 철학과 실리콘밸리의 창업 동향 등에 대해 들었다. ▼사람에게 투자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창업자를 만나면 우선 그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인생의 가치관은 무엇인지를 듣는다. 질문을 많이 하는 것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창업 멤버들이 창업자의 가치관과 경험을 공유하는지,어떤 비전을 품고 있는지도 확인한다. 이런 것이 바로 우리가 확인하고 싶은 창업자의 스토리이고 사람에게 투자한다는 말의 뜻이다. "

▼왜 그런 것을 먼저 보나. "사업은 생명체와 같다. 긴 과정을 거친다. 우리가 어릴 때 가졌던 꿈 그대로 살기 어려운 것처럼 처음 시작할 때 사업 아이템 그대로 끝까지 유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예측하지 못한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는데 그때 중요한 것은 그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다. 창업자와 창업 멤버들의 가치관,성장 환경과 교육,비전 이런 것들이 그들의 미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

▼두 번 실패한 사람이 와도 투자하는가.

"물론이다. 실패한 경험은 결코 감점 요인이 아니다. 그것을 통해 많이 배웠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도 여러 번 실패했다. 실패를 겪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실패한 스토리도 물론 들어봐야 한다. 하지만 그 이후 창업자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아야 한다. "▼스타트업의 가치 평가는 어떻게 하는가.

"가치를 판단하는 것보다 어떤 회사에 투자할지 결정하는 것이 더 어렵다. 가치 평가는 그 뒤의 일이다. 물론 아직 상장하지 않은 회사의 적정 가치를 판단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우선 창업 팀과 아이디어,그들이 기반한 시장,지속 가능성 등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

▼시장성이 입증되지 않은 최첨단 기술인 경우 어떻게 하나.

"사람들의 기존 생각을 바꿀 만큼 혁신적인 부분이 있는지,아울러 이것을 시장화할 수 있는 기업가 정신이 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증강현실(AR)이 대표적인 사례다. 분명히 새로운 기술이고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사업적으로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증강현실은 투자 타이밍의 문제다. 어떤 경우엔 타이밍 문제가 아니라 사업성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을 판단하는 것이 벤처캐피털의 역량이다. "

▼특별히 관심을 갖는 사업이 있나.

"크게 결제 분야와 커머스,커뮤니케이션,그리고 엔터테인먼트에 관심을 갖고 있다. 정보를 소비하는 패턴의 변화와 이것을 주도하는 서비스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다. 하지만 시장은 계속 변화하고 특히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요즘 투자한 기업들의 투자 수익 회수 기간이 점점 짧아지는 게 실리콘밸리의 주요 화두다. 그만큼 시장이 예측하기 어렵게 변한다는 뜻이다. 내 관심사를 앞세우는 것보다는 이런 변화와 이것을 관통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 "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트렌드는 무엇인가.

"향후 5년간 IT(정보기술) 분야 스타트업은 소셜(Social)과 지역(Location),모바일(Mobile)을 뜻하는 '솔로모(SOLOMO)'가 지배할 것이다. 기존 기업들 중에도 이런 변화에 적응해가는 기업이 더 빨리 성장할 것이라고 본다. 장담하건대 페이스북은 2년 뒤 가장 큰 모바일 회사가 될 것이다. 이미 구글과 페이스북 접속자의 절반 이상이 모바일에 접속하고 있다. 모바일이 기업의 미래를 바꿔놓을 것이다. "

▼산업 발전에서 벤처캐피털의 역할은.

"스포츠에서 마이클 조던 같은 선수가 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창업을 해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같은 인물이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까지는 아니더라도 창업해 IT 분야에서 성공한 CEO가 되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젊은이들이 GM(제너럴모터스)에 입사해 자신을 계속 채찍질하면서 높은 자리에 가는 것보다 스타트업을 해 자아실현을 하는 것이 미국에서는 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벤처캐피털은 이것을 가능하게 했다. 즉 젊은이들이 창업을 하도록 이끌고 새로운 산업이 출현하도록 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

▼정부의 역할이 있다면.

"벤처 활성화를 위한 국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혁신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 시스템이다. 사람들이 더 많은 교육을 받아야 할 필요성과 그런 교육을 받는 목표를 명확하게 알게끔 하는 것이 첫 번째다.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부의 창출이라는 측면뿐 아니라 자아실현과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불편한 것을 바꿀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도록 해야 한다. 젊은이들이 현 단계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알고 도전할 기회가 있다면 상당한 동기 부여가 될 것이다. "

▼한국 벤처에도 투자한 경험이 있나.

"한국은 미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아이폰 앱 다운로드를 많이 하는 나라다. 하지만 아직 실리콘밸리에서 한국 창업가들의 사례를 많이 만나지 못했다. 실리콘밸리는 아니지만 뉴욕에서 한국인 정세주 사장이 창업한 웍스마트랩스가 클라이너퍼킨스가 투자한 유일한 한국 스타트업이다. 한국의 벤처기업인들이 실리콘밸리 진출을 많이 시도하고 있다고 들었다. 많은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


◆ 맷 머피 대표는…구글 투자 대박으로 명성, 실리콘밸리 '미다스의 손'

맷 머피(47)는 1999년 클라이너퍼킨스에 합류해 벤처 투자에 대해 공동 책임을 지는 파트너로 일하고 있다. 그는 2008년 초 애플 아이폰용 앱 및 모바일 인터넷 관련 회사에 투자하는 아이펀드(iFund)를 설립해 대표를 맡고 있다. 게임업체 부야(Booyah!),클라우드 서버 회사 에그나이트(Egnyte),동영상 솔루션 업체 RGB네트웍스,앱 개발사 웍스마트랩스,소셜뮤직업체 샤잠(Shazam),모바일 솔루션 업체 스토크(Stoke) 등에 투자했다. 3년7개월여 동안 25개 회사에 투자했지만 한 건도 실패하지 않아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성공한 벤처캐피털리스트로 손꼽힌다. 터프츠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MBA)를 취득했다. 클라이너퍼킨스에 합류하자마자 구글에 대한 초기 투자를 주도해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클라이너퍼킨스에 합류하기 전 반도체 벤처회사인 넷부스트에서 제품매니저로 일했고 선마이크로시스템스에서는 네트워크 시스템 분야 사업 개발을 담당했다.


멘로파크=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