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공인 1호 경제·경영시험 TESAT] 환율변동과 물가의 관계
입력
수정
노택선 한국외국어대 경제학 교수(tsroh@hufs.ac.kr)의 생생 경제 (11)원화의 가치 하락으로 수출 · 수입물가가 상승하면서 물가당국의 걱정이 깊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중 수출물가지수는 원화의 환율 상승(가치 하락)으로 전달에 비해 3.4% 뛰었고,수입물가지수 역시 전달보다 3.7%나 올랐다. 같은 기간 중 원화 평균환율이 4.1%나 오르면서 수출입물가지수의 상승을 주도했다. 원화로 환산하기 이전인 '계약통화로 계산한' 수입물가지수는 0.4% 하락했으니 원화 환율의 상승이 수입물가 상승을 주도했다는 말이 된다. 수입물가지수는 국내 물가에 대해 선행성을 갖도록 계약시점을 기준으로 측정하고 있어 향후 소비자물가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가뜩이나 물가 때문에 고민인 정부로서는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닌 눈치다.
그렇다면 물가와 환율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우선 수입물가는 소비자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수입물가는 환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환율이 상승하면 외국에서 들여오는 물건 가격이 변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원화로 환산한 가격은 오르게 되고 수입물가지수는 오른다. 예를 들어 배럴당 100달러인 원유를 도입하는 경우 환율이 달러당 1100원이면 원유가격은 배럴당 11만원이지만,환율이 1200원이 되면 12만원이 된다. 이처럼 환율 변동으로 수입물가가 변하는 것은 일부 품목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수입 물품 전체에 일괄적으로 작용된다는 점에서 물가에 끼치는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볼 수 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요즘처럼 물가상승폭이 커진 경우 물가당국으로서는 오히려 환율 조정을 통해 물가 안정을 기해보려는 정책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단기적으로 환율이 물가에 영향을 주는 관계와 달리 구매력평가지수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볼 때 환율은 물가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우리나라의 물가가 외국 물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빨리 상승하면 우리나라의 돈으로 구매할 수 있는 물건의 양이 줄어들고 따라서 물건을 살 능력이라는 측면에서 외국 통화와의 교환비율은 높아지게 된다. 예를 들어 똑같은 자동차가 미국에서 1만달러이고 우리나라에서 1000만원이라면 환율은 달러당 1000원이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물가가 상승해 이 차가 1100만원에 팔린다면 환율은 달러당 1100원이 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환율의 안정과 물가의 안정은 상호 영향을 주는 관계임을 알 수 있다. 환율 조정을 통해 단기적으로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노력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경제 펀더멘털의 강화를 통해 환율을 안정시키려는 장기적 안목도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