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식품, 스타벅스와 불편한 동거하게 된 이유

국내 최대 커피전문 회사 동서식품이 인스턴트 원두커피 시장에서 스타벅스와 불편한 동거를 하게 됐다. 동서식품이 인스턴트 원두커피 '카누'를 선보이면서 스타벅스가 한달 전 내놓은 '비아'와 경쟁을 펼치게 됐기 때문이다.

동서식품과 스타벅스는 같은 커피업체이지만 그간 경쟁자이기보다 동료에 가까운 사이었다. 동서식품은 2006년 스타벅스와 제휴를 맺고 스타벅스 프라푸치노 병커피와 스타벅스 디스커버리즈 컵커피, 스타벅스 더블샷 캔커피 등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 RTD 병커피 시장에서 동서식품의 스타벅스 커피제품은 3위를 차지한다.

양사의 이처럼 돈독한(?) 사이는 6년 만에 깨지게 됐다. 동서식품은 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인스턴트 원두커피 신제품 카누 발표회를 갖고 스타벅스에 도전장을 냈다. 카누는 에스프레소 추출방법으로 뽑은 커피를 냉동 건조해 미세하게 간 원두커피다. 커피 파우더에 콜롬비아산 원두를 로스팅하고 볶은 커피 분말을 입혔다.

양사의 미묘한 갈등 관계는 이날 간담회에서도 감지됐다. 김광수 동서식품 마케팅 이사는 "(스타벅스처럼) 커피전문점을 운영할 노하우는 없지만 원두커피를 건조 동결시키는 기술을 갖고 있다"며 "카누의 출시는 '맥심'으로 대변되던 동서식품이 한 단계 진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또 "이번 신제품이 스타벅스의 비아와 많이 비교되지만 합리적인 가격과 대중성으로 승부할 것"이라며 "카누의 가격은 한 봉지당 325원이지만 스타벅스의 '비아'는 1067원"이라며 스타벅스를 견제하고 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업계에서도 동서식품의 신제품 출시시기가 늦어진 점 등을 들며 카누가 스타벅스의 '비아'를 겨냥한 제품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동서식품은 2000년대 들어 카누 관련 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대중적인 우리 제품(카누)과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스타벅스가 각각 역할을 분담하면 전체 인스턴트 커피 시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커피시장이 또 한번 성장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동서식품은 '콜롬비아 다크로스트'와 '콜롬비아 블렌드 마일드 로스트' 2종과 자일로스 설탕이 함유된 2종 등 총 4종으로 구성된 카누 제품을 더욱 다양화할 방침이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