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ㆍBoA '고개 떨군 1위들'

골드만, 3년 만에 분기 적자…BoA, JP모건에 '자산 1위' 뺏겨
자산 규모 기준 1위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와 1위 상업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18일(현지시간) 나란히 굴욕을 당했다. 이날 각각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 골드만삭스는 2008년 4분기 이후 3년여 만에 적자를 기록했고,BoA는 라이벌인 JP모건체이스에 자산 규모 1위 자리를 내줬다. 경기 둔화에 따른 대출 수요 감소와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수익성 저하 등 미국 금융업계의 어두운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3분기 4억28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매출도 36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0%나 줄어들었다. 2006년 사들인 중국공상은행 지분 등 주식 및 채권 투자에서 상당한 손실이 발생한 데다 유가증권 인수(underwriting) 등 전통적인 IB 사업 매출이 감소한 게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골드만삭스가 분기 적자를 기록한 건 1999년 상장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는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4분기에 기록한 20억달러 적자였다. AP통신은 골드만삭스는 경기에 크게 좌우되는 IB 사업의 변동성을 보완할 예대사업 비중이 작아 다른 은행들에 비해 시장 상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지적했다. 규제 강화로 고위험 · 고수익 사업에 제약을 받고 있는 것도 실적 악화의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BoA는 3분기 62억달러의 이익을 기록했다. 시장 전망치를 크게 상회하는 실적이다. 하지만 이는 중국건설은행 지분 매각대금 36억달러 등 자산을 줄이면서 발생한 특별이익 덕분이었다. 이에 BoA 자산은 1년 전 2조3400억달러에서 2조2200억달러로 줄어 2조2900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JP모건에 1위 자리를 내줬다.

1988년 노스캐롤라이나의 지방은행 NCNB의 퍼스트리퍼블릭뱅크오브댈러스 인수로 시작된 BoA의 기업 인수 · 합병(M&A) 성장전략은 2008년 미국 최대 모기지 업체 컨트리와이즈 인수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부실 모기지에 따른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BoA는 브라이언 모이니핸 현 최고경영자(CEO)가 취임한 2010년 초부터 '몸집 줄이기'에 들어갔다. 모이니핸 CEO는 지난 2년여간 450억달러의 자산을 팔아치웠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