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르고 보자 vs 김 빼자…삼성-LG '냉장고 氣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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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LG전자가 냉장고를 놓고 묘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최대 냉장고' 타이틀 매치가 대표적이다. 두 회사는 김치 냉장고에서 '대용량 경쟁'을 벌인 뒤 작년부터 양문형 냉장고에서 크기 싸움을 시작했다. 봄엔 LG가,가을엔 삼성이 각각 "국내에서 가장 큰 냉장고를 냈다"고 주장했다. LG가 작년 3월 처음으로 800ℓ급 양문형 냉장고를 내놓자 삼성은 그해 9월 820ℓ급과 840ℓ급으로 맞받아쳤다. LG가 다시 올 3월 850ℓ급으로 체급을 올리자 삼성은 9월에 "860ℓ급을 만들었다"고 응수했다.

그런데 삼성이 860ℓ급을 처음 공개하는 2011 전자산업대전에서 결과적으로 '무늬만 860ℓ 냉장고'를 전시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외양은 860ℓ를 뜻하는 '그랑데 860'으로 내걸었지만 냉장고 안의 제품 규격표에는 820ℓ나 840ℓ라고 잘못 붙어 있었던 것.이 사실이 알려지자 삼성은 부랴부랴 내부에 부착된 제품 라벨을 떼내기도 했다.

삼성이 '지르고 보기'를 썼다면 LG는 '김 빼기' 전략을 구사했다. 삼성은 냉장고 화면상의 버튼을 눌러 상품을 주문하는 쇼핑형 스마트 냉장고를 내놓기 위해 이마트와 함께 1년간 공동연구를 했다. 장기간 연구를 마치고 지난 5일 신제품 발표만 앞두고 있었다. 삼성의 발표 이틀 전인 지난 3일, LG전자가 홈플러스와 손잡고 똑같은 기능의 스마트 냉장고를 개발했다며 선수를 쳤다.

삼성 관계자는 "스마트 냉장고를 개발하는 장기 프로젝트를 마치고 공개가 임박했다는 소문이 알려지자 LG가 급조해 비슷한 제품을 내놓겠다고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LG 관계자는 "오래 전부터 우리도 비슷한 제품을 연구해오다 발표일이 비슷해진 것이지 일부러 직전에 발표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