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오락가락 서울시 금연정책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흡연자도 공원의 고객입니다. 흡연자들의 권리도 존중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서울시 관계자)

서울시는 금연공원으로 지정된 시내 20개 공원 중 15개 공원에 34개의 흡연구역을 설치한다고 지난 18일 발표했다. 공원 면적이 넓고 가족 나들이 등으로 체류시간이 길어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건 흡연자들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7개월 전으로 돌아가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지난 3월 초 서울시는 '간접흡연 제로(zero) 선포식'을 열고 간접흡연으로부터 시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쾌적한 생활환경 조성을 위해 앞장서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담당과장은 "모든 시민이 이용하는 공공장소의 금연구역 지정은 모든 시민들의 행복과 건강을 위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시는 올 3월 서울 · 청계 · 광화문광장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데 이어 지난달 1일부터는 남산 · 어린이 대공원 등 시내 주요 공원 20곳을 금연공원으로 지정했다. 또 석 달간의 계도 기간을 거쳐 오는 12월부터는 금연공연에서 흡연시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강력한 정책도 내놨다.

그러나 지난 18일 금연공원에 흡연구역을 설치한다는 내용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추진해 온 정책을 갑자기 뒤집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담배 관련 소비자단체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 등 흡연자들의 반발이 거셌다"며 "남성들의 40%가 담배를 피우는데 어떻게 이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있겠느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올초 내세운 정책과 상충되는 점은 인정하지만,서울시가 추진하는 금연정책이 후퇴하는 건 아니다"고 항변했다.

서울시의 주장처럼 흡연자들의 권리도 존중돼야 하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담배 피울 권리'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미치지 않는 선에서 가능해진 시대가 됐다. 시는 공원 내 흡연구역을 발길이 뜸한 곳에 설치하겠다고 밝혔지만,간접흡연 피해는 막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서울시의 오락가락하는 금연정책이다. 정책을 만들고 집행할 때 일관성 유지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려고 했다면 정책을 처음 입안하고 발표할 때부터 고민했어야 하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