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금 225억 중 얼마나 회수…신한銀 고민

금융가 In & Out

신한은행 원주지점의 김모 지점장은 고객 돈 225억원을 빼돌리다 2008년 12월 내부 감사에 적발됐다. 그는 결국 자살을 택했다. 은행 측은 유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작년 말 1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회수할 수 있는 돈이 최대 20억원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족이 내줄 돈이 없다고 주장하는 데다 최근 항소까지 제기해서다.

당시 신한은행 원주 사건은 금융계에 커다른 충격을 줬다. 김 전 지점장이 '영업의 달인'으로 불리던 인물이었고 또 워낙 거액을 장기간 횡령해서다. 판결문에 따르면 그가 고객 예금을 무단으로 인출해 가족 6명에게 전달하기 시작한 시점은 2000~2001년께다. 자녀 두 명에게 매달 200만원씩 '용돈'을 줬고 가끔 1억원에 달하는 '보너스'를 줬다. 부모에게도 매달 300만원의 용돈과 함께 1년에 수차례 3억~4억원씩 넣었다. 누나에게는 한 달에 1억~5억원씩 입금했다. 김 전 지점장이 가족들에게 직접 입금한 금액만 △아내 63억여원 △부모 88억여원 △누나 35억여원 △자녀 13억여원 등이다.

9년에 걸친 김 전 지점장의 행각이 들통난 것은 조그만 '실수' 탓이었다. 주 고객이던 강원체신청이 맡긴 예금 400억원의 이자를 단 하루 잘못 계산하는 바람에 강원체신청이 자체 감사를 벌였던 것.김 전 지점장은 당시 윤년인 걸 깜빡하고 '366일치' 대신 임의로 365일치 이자를 넣었다. 강원체신청은 잘못된 이자 계산을 바로잡아 달라며 신한은행 본점에 통보했다.

신한은행은 작년 9월 아내 등 유족을 상대로 16억6400만원을 돌려달라는 손배소를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다. 손배소 규모가 작은 것은 미리 회수한 3억9000여만원 외에 별다른 재산을 찾을 수 없었던 탓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재산 조사를 해 봤는데 횡령액 중 상당 부분이 이미 소비됐고 추가로 회수할 만한 게 별로 나오지 않았다"며 "다만 공소시효가 만료되지 않도록 또 다른 손배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유족 중 부모와 누나는 최근 항소해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다. 신한은행 측은 "유족은 자신들의 통장에 입금됐던 금액이 횡령한 돈인 줄 몰랐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법 절차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재길/임도원 기자 road@hankyung.com

부부싸움후
화나게 만드는 남편

초등학생들
"엄마아빠 돈없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