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권 평화자동차 사장, 방북 200번…남북경협 길 넓히는 '통일 박사'

21일 경남大서 名博
박상권 평화자동차 사장(60 · 사진)은 대표적인 '북한통'이다. 북한의 속사정을 가장 잘 아는 민간인 전문가로 꼽힌다. 방북 횟수만 200번 가까이 된다. 그의 명함에는 평화자동차 사장을 비롯해 평양보통강호텔 사장,성남일화축구단 구단주,평화항공여행사 사장 등 8개의 직함이 찍혀 있다.

여기에 '박사' 타이틀이 하나 더 추가된다. 남북교류와 경제협력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21일 경남대에서 명예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는다. 19일 소감을 묻는 기자에게 박 사장은 "평화자동차는 남과 북 모두 이익을 낼 수 있는 모델이 됐다"며 "사람과 물자가 오가면 길이 생기는데 평화차가 그 길을 더 넓히고 있다는 자부심과 함께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가 경영하는 평화자동차는 1999년 남북한 합작으로 설립된 북한 유일의 자동차 생산회사다. 평남 남포시에 있는 공장에서 부품을 조립해 완성품을 북한에 직접 판매한다. 북한 주민 400여명이 생산라인에서 일하고 있다. 승합차 '삼천리'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뻐꾸기'가 인기차종이자 주력제품이다. 남북교류가 단절돼도 언제든지 방북이 가능하도록 주요 경영진이 중국,일본,베트남 사람으로 구성돼 있다.

남북이 극한의 경색국면으로 치닫는 와중에도 평화차는 성장을 거듭했다. 2009년 1000대 판매를 넘어선 데 이어 올해는 2000대 판매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남측 본사로 입금될 수익금은 100만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박 사장은 "경제규모를 생각하면 북한에서 자동차 2000대 판매는 남한에서 20만대 판매에 해당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18년간 쌓아온 '신뢰'를 이 같은 성장세의 배경이자 평화차의 가장 큰 자산으로 꼽았다. 남북관계가 풀리려면 대등한 관계에서 마음을 나누며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우리보다 가난하고 전쟁이나 일으키려는 북한'으로 바라봐선 북한을 제대로 상대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는 "우리의 사업 파트너로 나서는 북한 사람들은 국가대표 엘리트"라며 "우리가 자본주의에서 앞서 있고 더 잘산다는 이유로 만만하게 봐서는 절대 북한에서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 간 신뢰를 쌓기 위해 '손깍지'운동을 고안했다. 양손을 마주해 꽉 잡은 모습처럼 남북 역시 서로 대등하게 마음을 연결하자는 뜻에서다.

내년 초 '손깍지 재단'을 출범시켜 북한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평화차의 사업도 확대할 방침이다. 평화차 기술연구소에서는 전기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해 리튬배터리를 연구하고 있다. 남북관계가 풀리는 대로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