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지휘권 얼마나 중요하길래…검-경 또 갈등

檢 "내사 단계부터 지휘 필요"…警 "지휘범위 구체 규정해야"
총리실에 초안 각각 제출
'경찰은 범죄수사에 있어서 소관 검사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이 법조항(검찰청법 제53조)은 지난 7월 삭제됐다. 1949년 제정된 검찰청법 초안부터 있었던 조항인데 62년 만에 없어진 것이다. 논란 끝에 경찰의 복종의무 조항은 사라졌지만 수사지휘권을 둘러싼 검 · 경의 다툼은 현재진행형이다.

검찰은 "독일 · 프랑스처럼 검찰 우위로 수사권 체계를 잡는 게 옳다"는 입장인 반면 경찰은 "영국 · 미국처럼 검찰은 기소를 전담하고 경찰은 수사를 담당하는 대등한 관계가 바람직하다"고 반박한다. 수사지휘권을 방어하려는 검찰과 빼앗으려는 경찰의 형국이 보수 · 진보 정권을 막론하고 계속되는 이유다. 김대중 정부 출범 첫해인 1998년에는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규정한 헌법 · 형사소송법을 '노예법규'라고 비판한 경찰대 교재를 두고 검 · 경이 격돌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경찰에 절도 · 폭력 · 교통사고 등 민생치안범죄에 대한 독자적 수사권을 부여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둘러싸고 검 · 경이 격렬하게 대치했다.

검찰청법 제53조와 함께 수사지휘권 갈등의 핵심 조항이었던 형사소송법 제196조(사법경찰관리)가 7월 개정되면서 논란은 잦아드는 듯했다. '경찰은 모든 수사에서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며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적시하면서도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개시권도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 · 경 갈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번에는 수사권 조정의 세부조항을 두고 다투고 있다. '경찰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범죄를 수사하며 수사를 보조하는 직무를 맡는다'는 사법경찰관리직무규칙 제2조는 물론 경찰의 내사 범위를 두고도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최근 검찰 · 법무부는 경찰의 내사 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경찰은 검사의 수사지휘 범위를 자세하게 규정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시행령 초안을 각각 국무총리실에 제출했다. 검찰은 범죄 혐의가 확인되면 참고인 소환조사나 압수수색 영장을 통한 계좌추적 등 기존 내사 단계에서부터 수사를 지휘한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검찰 · 법무부의 안은 수사지휘권만 과도하게 강조,형사소송법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며 "견제와 균형을 통해 선진화된 수사구조를 갖추려는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는 방안인 만큼 경찰이 마련한 초안대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